대구 청년문학의 역사와 성취를 한 권에 담은 문학 작품집 『다시 봄날의 계단에서』가 출간됐다.
이 책은 대구고등학교 출신 문인들의 신작과 대표작을 아우르며, 한 시대를 이끌어온 지역 문학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망했다. 이번 작품집에는 문인수, 이하석, 이창동, 송재학, 이인화 등 대구고 출신을 중심으로 한 47명의 시인·소설가가 참여했다.
시·시조·단편소설·꽁트·수필·평론·칼럼 등 장르 또한 폭넓다. 특히 2021년 작고한 문인수 시인을 기리는 추모 특집과 학창 시절의 기억을 되짚는 기록들은 문학사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1970~1990년대 대구는 한국 청년문학의 요람이었다. 이문열, 정호승, 이성복, 안도현, 장정일 등 당대의 젊은 문인들이 대구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했다. 그 흐름의 중심에는 계성고·대건고·대구고·대륜고 등 지역 고교 문예반이 있었다.
1958년 개교 이후 60여 년의 전통을 이어온 대구고등학교 문예반은 그중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1963년 가을 제1회 ‘달구문학의 밤’을 시작으로, 이후 ‘계단문학의 밤’으로 명칭을 바꾸며 계단문학동인회라는 이름이 자리 잡았다. 이 동인회는 현재까지 한국문학의 한 축을 담당해온 50여 명의 문인을 배출했다.
참여 작가들의 문학적 성취 역시 눈부시다. 문인수 시인은 김달진문학상·노작문학상·미당문학상·목월문학상을, 이하석 시인은 김수영문학상·도천문학상·김달진문학상·이육사시문학상·김만중문학상을 수상했다. 송재학 시인은 소월시문학상·황순원시인상·목월문학상·이상시문학상을 받았고, 오정국 시인은 지훈문학상·이형기문학상·전봉건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인화 소설가는 작가세계문학상·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이상문학상 등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감독으로서 베네치아영화제 감독상, 칸영화제 각본상, 프리부르 국제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 또한 계단문학동인회 출신이다. 그는 대구고 재학 시절 문학에 입문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소설 「전리(戰利)」 당선과 한국일보 창작문학상 수상 등 소설가로서도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다시 봄날의 계단에서』에는 유명 작가들의 초기 작품과 일화도 수록됐다. 문인수 시인의 초등학교 시절 작품, 학생문예지 투고 일화, YMCA 복도 시화전과 향촌동·반월당 골목에서 이어진 문학 청춘들의 교류는 한 시대의 문화 풍경을 생생히 복원했다. 문집과 교지 『달구』를 밤새 편집하던 장면들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문학 공동체의 형성과정을 증언한다.
추천의 말에서 하청호 대구문학관 관장은 “이 책은 젊은 날의 숨결을 기록한 문학적 아카이브이자 앞으로의 길을 비추는 등대”라고 평했다. 장옥관 시인은 “계단을 타고 한국 문단의 중심부로 올라선 쾌거가 눈부시다”고 했고, 박덕규 시인은 대구 문예반 문화가 한국문학으로 통하는 길을 개척했음을 짚었다.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이 작품집은 대구 청년문학의 궤적을 되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오늘의 한국문학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는 소중한 기록으로 평가된다.
한편, 계단문학동인회의 역사와 성취를 집대성한 작품집 『다시 봄날의 계단에서』 출판기념회가 지난 20일, 서울역 앞 중식당 루싱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는 청소년 시절부터 오랜 시간 문학으로 인연을 이어온 대구고 출신 문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젊은 날의 기억과 현재의 문학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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