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알파선 기반 RPT가 글로벌 항암제 개발의 차세대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인 SK바이오팜(326030)과 디앤디파마텍(347850)은 서로 다른 전략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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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RPT 트렌드, 베타선에서 알파선으로 이동"
1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RPT 개발의 축이 알파선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기존 베타(β)선보다 파장은 짧고 에너지는 수십~수백 배 강해 암세포만 정밀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작용 범위가 세포 몇 개 수준으로 제한돼 정상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항체-약물접합체(ADC)를 잇는 차세대 항암제로도 각광받고 있다.
글로벌 RPT 시장의 포문은 노바티스가 2018년 세계 최초로 위장관·췌장 신경내분비 종양 치료제 '루타테라'(Lutathera)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열렸다. 이어 노바티스는 2022년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를 승인 받으면서 출시 1년 만에 연매출 1조원을 넘기면서 블록버스터가 됐다. 노바티스의 루타테라와 플루빅토에 쓰인 방사성 핵심 동위원소는 '루테튬-177'(Lu-177)으로 전해진다.
미국 일라이 릴리, BMS, 아스트라제네카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도 RPT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BMS는 2023년 41억달러(6조500억원)에 샌디에이고 기반 알파선 RPT 기업 레이즈바이오(RayzeBio)를 인수했다. 같은해 릴리도 포인트 바이오파마(POINT Biopharma)를 14억달러(2조700억원)에 인수하며 알파선과 베타선을 아우르는 RPT 파이프라인을 다수 확보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퓨전 파마슈티컬스(Fusion Pharmaceuticals)를 최대 24억달러(3조5400억원)에 인수하며 알파선 기반 RPT 경쟁에 뛰어들었다. 'RPT 강자' 노바티스도 지난해 마리아나 온콜로지(Mariana Oncology)를 최대 17억5000만달러(2조5800억원)에 인수하며 RPT 포트폴리오를 알파선까지 확장했다.
◇SK바이오팜, 검증된 후보와 원료 선점…속도전으로 승부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 기업 중에선 SK바이오팜과 디앤디파마텍이 가장 공격적으로 알파선 RPT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주목된다. SK바이오팜은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RPT를 낙점, 지난해부터 총 1조6000억원을 들여 2개 RPT 후보물질을 도입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7월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Full-Life Technologies)로부터 최대 7921억원 규모로 후보물질 'SKL35501'을 확보해 임상시험계획(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위스콘신대학 기술이전기관(WARF)으로부터 'WT-7695'의 글로벌 상업화 권리를 총 8400억원 규모에 인수했다.
알파선 RPT 개발에서 가장 큰 장벽인 원료(방사성 동위원소) 수급 문제도 선제적으로 해결했다. SK 바이오팜은 RPT 핵심 원료로 사용되는 방사성 동위원소 '악티늄-225'(Ac-225)의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미국 테라파워, 올해 초 벨기에 판테라에 이어 최근에는 독일 에커트앤지글러와도 공급 계약을 맺었다.
Ac-255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가장 활발하게 개발 중인 알파선 기반 RPT의 표준 동위원소로 평가된다. 생산량이 제한적인 만큼 조기 공급망 확보가 중요하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RPT는 약물·진단·방사성동위원소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모달리티이자 글로벌 경쟁이 아직 치열하지 않은 초기 시장이라는 점이 전략적 기회라고 판단했다"며 "특히 현 시점에서 핵심 성공 요인인 방사성동위원소를 선제적으로 확보한 점도 RPT를 차세대 축으로 중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디앤디파마텍 'At-211'로 차세대 RPT 도전…릴리와 연결고리
반면 디앤디파마텍은 SK바이오팜과 완전히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2022년 미국 바이오기업 젠테라 테라퓨틱스(Zentera Therapeutics)와 합작해 RPT 개발 전문업체 지알파(Z-alpha, Inc.)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 디앤디파마텍은 알파선 기반 RPT 신약 파이프라인 PMI21, PMI31, PMI41 등 3건을 현물 출자해 지알파의 지분 40%를 보유했다. 최근에는 지알파 지분 100%를 보유한 젠테라 지분 15%를 확보하는 식으로 지배구조를 재정비했다.
지알파는 Ac-225 기반 RPT와는 다른 차세대 동위원소인 아스타틴-211(Astatine-211·이하 At-211)를 기반으로 RPT 플랫폼을 구축했다. At-211란 에너지가 강력하면서 작용 반경이 극도로 짧고 불순물 생성이 거의 없어 정밀 타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동위원소를 말한다. At-211 기반 RPT는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있는 만큼 상용화 성공 시 차세대 알파선 RPT 시장을 선점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앤디파마텍 관계자는 "At-211 기반 신약후보물질은 내년에 임상에 진입할 예정"이라며 "글로벌에서도 아직 사례가 많지 않은 분야라 기술적 선점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지점으로 지알파와 글로벌 빅파마 릴리(Eli Lilly) 간 연결고리가 꼽힌다. 지알파의 최대주주인 젠테라의 투자자 구성에는 릴리 아시아 벤처스(Lilly Asia Ventures·LAV)가 포함돼 있다.
LAV는 릴리의 전략적 벤처 투자조직이자 후기 단계 협업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기관으로 지알파의 기술적 매력을 방증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알파는 실제로 릴리 연구 인큐베이터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Lilly Gateway Labs) 샌디에이고 캠퍼스에 입주한 4개 기업 중 하나이기도 하다. 릴리 게이트웨이 랩스 입주사는 릴리 연구진·장비·네트워크에 직접 접근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는다.
즉 SK바이오팜과 디앤디파마텍은 같은 알파선 기반 RPT라는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어느 정도 검증된 Ac-225 기반 치료제를 도입하고 원료 공급망을 선점해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확장하는 속도전을 택했다. 반면 디앤디파마텍은 해외 기업과 조인트벤처(JV)를 세우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응 활용하는 한편 세계 최초로 At-211 기반 RPT 플랫폼을 만들어 기술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알파선 기반 RPT는 원료, 공급망, 표적 설계 등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영역"이라며 "SK바이오팜처럼 검증된 Ac-225 기반 후보를 확보하는 전략과 디앤디파마텍처럼 At-211 같은 차세대 동위원소로 선점에 나서는 전략은 서로 다르지만 시장을 미리 잡기 위한 공통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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