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뉴스44] LA 최고 부호 '게리 위닉 유산 강제 경매'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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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뉴스44] LA 최고 부호 '게리 위닉 유산 강제 경매' 스토리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5-12-23 05:15: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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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패러디 삽화=최로엡 AI화백

  미 LA의 마천루를 내려다보며 "세계 최대의 해저 광섬유망을 구축하겠다"던 한 남자의 야망은 결국 캘리포니아 포모나 시청 광장의 차가운 분수대 뒤편에서 실질적인 종말을 고했다. 한때 62억 달러(약 8조 3,700억 원)의 자산을 보유하며 LA 최고의 부호로 군림했던 게리 위닉(2023년 작고)의 유산이 최근 강제 경매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이는 단순한 한 억만장자의 몰락을 넘어, 초고위험 레버리지와 비유동성 자산에 중독된 현대 자본주의가 어떻게 개인의 제국을 내부에서부터 갉아먹는지 보여주는 서늘한 경제적 우화다.

 1990년대 말 게리 위닉은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인물 마이클 밀컨(79)의 제자로 시작해 글로벌 크로싱을 설립하며 통신 혁명의 중심에 섰다. 그가 세운 회사는 10만 마일의 해저 케이블로 전 세계를 연결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팔았고, 시장은 이에 열광했다. 1999년 글로벌 크로싱의 가치는 470억 달러(약 63조 4,500억 원)까지 치솟았으며, 위닉은 불과 18개월 만에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당시 포브스는 그를 표지 모델로 내세우며 디지털 시대의 정복자로 묘사했다. 그러나 2002년, 거품이 걷히며 드러난 실상은 124억 달러(약 16조 7,400억 원)의 부채와 수익성 없는 성장뿐이었다. 위닉은 회사가 파산하기 전 7억 3,400만 달러(약 9,909억 원)의 주식을 매각하며 현금을 확보했으나, 이때 얻은 막대한 부는 그를 구원하는 대신 오히려 더 깊은 늪으로 밀어넣는 자본의 굴레가 되었다.

화려한 저택의 이면: 비유동성 자산이 파놓은 함정

위닉의 몰락을 가속화한 결정적 패착은 부동산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었다. 2000년 그가 9,400만 달러(약 1,269억 원)를 들여 매입한 벨 에어의 카사 엔칸타다는 미국 역사상 최고가 주택 거래 기록을 경신하며 그의 성공을 상징하는 전시장 역할을 했다. 그는  생전에 이 집을 두고 "나에게 이 집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이며, 나는 그 가치를 보존하는 관리자일 뿐이다"라고 말하며 무한한 애착을 드러냈다. 하지만 4만 평방피트(약 1,120평) 규모의 이 대저택은 연간 재산세만 98만 달러(약 13억 2,000억 원)에 달했고, 수십 명의 관리 인력과 유지비로 매년 수백만 달러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었다.

문제는 유동성이었다.

 위닉은 현금을 창출하는 사업체 대신 부동산과 기술 투자라는 비유동성 자산에 자본을 묶어두었다. 2020년, 현금이 말라붙기 시작하자 그는 부동산 투자사인 CIM 그룹으로부터 카사 엔칸타다를 담보로 1억 달러(약 1,350억 원)를 빌리는 위험한 도박을 감행했다. CIM 그룹의 공동 창립자 리처드 레슬러가 드렉셀 번햄 람버트 시절의 동료였다는 인연이 독이 된 셈이다. 초기 1억 달러였던 원금은 상환 지연과 가산 금리가 붙으며 2025년 기준 1억 5,000만 달러(약 2,025억 원) 이상으로 불어났다. 부채의 복리 이자는 위닉이 보유한 자산 가치의 상승 속도보다 훨씬 빨랐고, 이는 결국 그가 사망한 후 남겨진 가족들에게 거대한 빚더미로 돌아왔다.

무너진 제국의 마지막 승부수와 상속된 빚더미

 게리 위닉은 생전 마지막 승부수로 WCO 스펙트럼을 설립해 통신 주파수 시장의 임대인이 되려 했다. 교육 기관들이 소유한 2.5GHz 주파수 라이선스를 매입해 거대 통신사인 T-모바일로부터 안정적인 임대료를 받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는 2022년 인터뷰에서 "전 세계 주파수의 가치는 5조 달러(약 7경4000조원)에서 7조 달러(약 10경 3600조원)에 달하며, 우리는 이를 새로운 자산 클래스로 만들 것이다"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T-모바일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T-모바일은 WCO의 제안을 시장 교란을 위한 사기극으로 규정하며 1,000만 달러(약 135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조직범죄방지법(RICO)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 공방은 처절했다.

T-모바일 측 변호인은 재판 과정에서 "게리 위닉과 WCO는 교육 기관들에게 실현 불가능한 금액을 제시하며 가짜 오퍼(Sham offers)를 남발하고 있다. 이는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아니라 T-모바일의 비용을 부당하게 높이려는 범죄적 계획에 불과하다"라고 맹비난했다.

 반면 WCO 측은 "T-모바일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소규모 교육 기관들을 위협하고 정당한 시장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라고 맞섰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참담했다. WCO는 단 한 건의 라이선스도 최종 확보하지 못한 채 소송 비용으로만 수천만 달러를 소진했다. 2025년 10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이 WCO의 반독점 반소를 기각하며 위닉의 마지막 사업 모델은 사실상 파산 선고를 받았다.

 2023년 11월 위닉이 사망한 후, 베일에 가려져 있던 그의 재정 실태는 비극적인 형태로 대중에 공개되었다. 그의 미망인 카렌 위닉은 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게리가 가계 재정을 전적으로 관리했기에,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우리 재정이 얼마나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 남편이 떠난 후에야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라고 고백했다. 한때 자산 20억 달러(약 2조 7,000억 원)의 억만장자 부인으로 통하던 그녀는 이제 CIM 그룹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집안의 예술품과 보석까지 경매에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결국 CIM 그룹은 저당권을 행사해 카사 엔칸타다와 말리부 저택에 대한 강제 경매를 결정했다. 미망인 카렌 위닉 측 변호인 암자드 칸은 "CIM 그룹이 의도적으로 대출을 실행한 후 자산을 탈취하려는 '대출 후 소유(Loan-to-own)' 음모를 꾸미고 있다"라고 주장하며 긴급 유예를 신청했으나, 금융 시장의 비정한 논리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경매는 로스앤젤레스 벨 에어의 화려한 사교계와는 가장 거리가 먼 장소인 포모나의 시빅 센터에서 열렸다.

 게리 위닉의 사례는 고소득 자산가가 빠지기 쉬운 전형적인 함정을 보여준다. 종이 위에 쓰인 자산 가치(Paper wealth)는 영원하지 않으며, 특히 그것이 과도한 부채와 결합했을 때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게리 위닉은 평생을 바쳐 4만 평방피트의 성을 쌓았지만, 그 성의 기초는 모래와 부채로 이루어져 있었다. 폴 크루그먼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는 투기적 자본이 실물 경제를 외면하고 자산 인플레이션에만 매몰되었을 때 개인이 치러야 할 가장 가혹한 대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억만장자의 이름은 이제 경제 잡지의 성공 신화가 아닌, 부채 관리에 실패한 자산가들을 위한 경고장으로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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