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나성동의 국세청 청사 주변에는 최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한민국 경제의 보이지 않는 심판관으로 불리는 국세청, 그중에서도 비자금과 특별 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이 대거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선 정의선(55) 회장이 이끌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인 현대건설을 향한 전격적인 조사는 이재명(62) 정부의 이번 사정 정국의 기류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2025년 12월 16일 오전, 조사4국 인력 100여 명이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건설 본사에 들이닥쳤다. 표면적으로는 3년 만에 돌아온 비정기 조사라지만, 업계에서는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를 둘러싼 대납 의혹을 정조준한 것으로 본다. 감사원 감사와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쟁점은 명확하다. 관저 내 스크린골프장과 옥외 휴게시설 신축에 소요된 비용이 어디서 나왔느냐는 점이다. 당시 공사비 견적은 약 3억 원 수준이었으나, 대통령경호처가 현대건설에 지급한 공식 대금은 1억 4,000만 원에 불과했다.
사라진 차액의 행방은 현대건설의 하도급 업체인 P업체로 향한다. 이 업체는 관저 공사 직후 현대건설로부터 인천 힐스테이트 레이크송도 4차 및 5차 현장의 설계 용역을 수주했는데, 그 규모가 총 2억 8,100만 원에 달한다. 이전 1~3차 공사에는 존재하지 않던 용역이 갑자기 신설되어 특정 업체에 돌아간 셈이다.
국세청은 현대건설이 경호처의 예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다른 민간 아파트 현장의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우회 지급했을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만약 실질적인 용역 수행 없이 대금이 나갔다면 이는 법인세법상 손금산입이 부정되는 업무 무관 비용이며, 조세 포탈 혐의로 이어진다.
이러한 전방위적 압박은 현대건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른바 집사 게이트의 핵심으로 지목된 아이엠에스(IMS)모빌리티와 그 투자사들도 국세청의 사정권에 들어왔다. 2023년 자본잠식 상태였던 이 벤처기업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으로부터 184억 원이라는 거액의 투자를 유치했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의 측근인 김예성 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수사 중이다. 김예성 씨는 지난 8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체포될 당시 취재진에게 그 어떤 불법적이거나 부정한 일에 연루된 바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정에서의 공방은 치열하다. 김예성 씨 측 변호인은 1인 주주의 횡령이 성립 가능한지 법리 검토가 필요하며, 조영탁 대표로부터 받은 24억 3,000만 원은 대여금일 뿐이라고 항변했다. 반면 특검팀은 대여라고 볼 정황이 없고 용역을 제공하지 않은 채 대금을 받았으므로 명백한 횡령이라고 반박했다.
자본의 궤적에 새겨진 권력의 지문과 우회 투자의 함정
국세청은 특검이 규명하려는 대가성 의혹의 이면, 즉 투자 형식으로 위장된 자금 세탁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특히 11월에 시작된 HS효성더클래스와 HS효성더프리미엄에 대한 세무조사는 조현상 부회장의 사적 리스크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이 동원되었는지를 밝히는 데 목적이 있다. HS효성은 IMS모빌리티에 총 35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 시점은 조현상 부회장의 차명 회사 소유 의혹이 제기되던 때와 겹친다.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상장을 앞두고 각종 규제 리스크가 산적한 상황에서 30억 원을 투자한 배경이 보험성 청탁인지가 쟁점이다. 국세청은 이를 기업의 합리적 경영 판단이 아닌 사회질서에 반하는 비용으로 판단할 경우, 세법상 비용 인정을 취소하고 막대한 가산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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