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여제’ 안세영(23·삼성생명)이 세계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썼다. 단일 시즌 최다승 타이기록과 단식 역대 최고 승률, 그리고 사상 최초의 시즌 상금 100만 달러 돌파라는 전무후무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2025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안세영은 지난 21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랭킹 2위 왕즈이(중국)를 세트 스코어 2-1(21-13 18-21 21-10)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3세트 도중 왼쪽 허벅지 통증으로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상대를 몰아붙인 투혼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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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승리로 안세영은 올 시즌 출전한 15개 국제대회 중 11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일본의 남자 단식 레전드 모모타 겐토가 보유했던 남녀 통합 단일 시즌 최다 우승 기록(11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승률과 상금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안세영은 올 시즌 77경기를 치러 단 4패만을 허용해 94.8%의 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남자 단식의 절대강자 빅토르 악셀센(덴마크)이 2022년 세운 94.44%(51승 3패)를 넘어선 남녀 단식 역대 최고 승률이다. 또한 이번 대회 우승으로 시즌 누적 상금 100만 3175달러(약 14억 8000만 원)를 기록해 배드민턴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상금 100만 달러 시대를 열었다.
안세영의 독주 비결은 ‘진화’에 있다. 과거 ‘질식 수비’로 대변되던 안세영은 최근 날카로운 스매싱을 장착한 ‘공수겸장’으로 거듭났다. 이 같은 변화로 천적 관계도 청산했다. 올 시즌 천위페이(중국)를 상대로 5승 2패,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를 상대로 2승 전승을 거두며 상대 전적 우위를 점했다. 야마구치는 4강전 패배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안세영은 원래 수비가 강했는데 최근에는수비와 공격 모두 강하다”며 “완성형이 된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골치가 아프다”고 털어놓았다.
이미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제패한 안세영의 시선은 더 높은 곳을 향해 있다. 안세영은 시상식을 마친 뒤 “새 기록을 세우고 나니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밝혔다.
궁극적으로는 남자 선수에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목표다. 안세영은 “남자 단식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보면 ‘어떻게 이런 플레이가 나오지’ 싶을 때가 많다”면서 “그런 장면들을 보다 보니 저도 그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언젠가는 비슷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미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을 석권한 안세영은 내년 4월 아시아선수권대회만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 석권)’을 달성한다. 올해 그 마지막 퍼즐을 맞추려 한다.
안세영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단식 선수 최초의 대회 2연패와 한 해에 최고 등급 대회 4개를 모두 휩쓰는 ‘슈퍼 1000 슬램’ 달성도 목표로 내걸었다. 그는 “다치지 않는다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또 다른 기록을 향해 신발 끈을 조여 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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