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1심 재판부는 최 씨에 대해 “노예 역할극을 빙자해 가학적·변태적 행위를 반복했고, 일부 피해자를 실제 만나서 유사 강간하기도 했다”며 “아동·청소년을 성적 욕구를 채우는데 이용했고 피해자들의 성적 가치관 형성에 나쁜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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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의 공소 사실에 등장한 범행 피해자는 모두 남성으로, 2014년부터 2021년 5월까지 초·중학교 남자 학생들 70명을 유린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는 자신의 범행이 단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고 말했다.
최 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갔다가 6개월 만인 개인적인 이유로 학업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상실감과 무료함이 뒤섞인 하루를 보내던 그는 어느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역할극을 접하게 됐다고 한다.
일명 ‘노예 플레이’로 불리는 역할극은 주인과 노예로 나뉘어 서로에게 성적인 요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최 씨는 이 역할극을 접하곤 여성인 척 남학생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초·중학생 남학생들로, 이들과 알몸 사진이나 영상 등을 교환했다. 또 그는 남학생들에 특정 성행위 자세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나체 사진 등을 촬영하도록 시키고 전송받았다. 일부 피해자들은 최 씨와의 관계를 끊고 싶었으나 최 씨가 그동안 주고받은 사진이나 영상을 공개할 것처럼 협박해 중단하지 못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0이렇게 최 씨가 제작한 성착취물은 사진과 영상 등을 합해 총 6954개에 달했다. 이는 최 씨의 휴대전화 등에 보관됐으며 이 중 14개는 해외에 서버를 둔 SNS에 유포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는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초등학생 3명을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 2명을 5회에 걸쳐 유사강간하고 다른 1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최 씨의 범행은 최 씨가 거주했던 대전 지역 일부 피해자 부모들이 경찰에 알리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그는 경찰에 붙잡힌 뒤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하곤 “소아성애 증상이 있어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경찰은 사건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상공개 심의위원회를 열고 최 씨의 얼굴과 나이 등 신상을 공개했는데, 그는 같은 해 6월 25일 검찰에 송치되는 과정에서 모여든 취재진 앞에서 스스로 안경과 마스크를 벗고 얼굴을 드러내곤 “자신의 범행이 심해지기 전 구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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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최 씨는 범행의 이유를 피해자들에게 돌리거나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1심 재판서 “피해자들이 다른 주인과 나를 헷갈리는 것”, “성 착취물 제작은 피해자들이 원한 것이다”, “노예들이 더 강한 플레이를 원해 따랐을 뿐”이라고 말하는 등 반성하는 기색이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당시 검사는 “최 씨는 피해자들이 스스로 성착취물을 제작해 전송했으며, 본인은 강요하거나 주도적으로 제작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접근 후 오프라인 만남을 유도해 불과 11세에 이르는 아동과 유사성행위를 하는 등 부적절한 행위로 피해 아동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격을 파괴했다”고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아동·청소년들에게 가학적인 변태 행위를 강요했으며, 피해자들을 노예라고 말하는 등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라며 “다만, 형사처벌 전력 등이 없는 점을 고려했다”라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형이 무겁다’며 항소한 최 씨는 항소심에서는 또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런 행동을 하면서 착취물 제작이란 범죄가 있는지 몰랐고, 보이지 않는 곳에 그런 문화가 형성돼 있다”면서 “처벌받고 나서 변호사가 돼 성 착취 문화를 뿌리 뽑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아동에 대한 성 착취는 엄정히 대처할 필요가 있는 만큼 피해자 측 일부와 합의했더라도 원심 형량이 무겁다고 할 수 없다”며 원심의 손을 들었다.
대법원도 “피고인의 피해자들과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등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원심이 최 씨에 대해 징역 12년을 선고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고 징역 12년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최 씨는 2033년 6월 15일 만기출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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