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모던 키친 아카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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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모던 키친 아카이브

엘르 2025-12-23 00:00:05 신고

©2010 MOMA, N.Y.

©2010 MOMA, N.Y.

MARGARETE SCHRÜTTE-LIHOTZKY, THE FRANKFURT KITCHEN(1926)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주요 도시들은 심각한 주택난에 직면했다. 프랑크푸르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 전역에 저렴한 공공주택을 건설하는 대규모 프로젝트 ‘뉴 프랑크푸르트’가 추진됐다. 합리적이고 위생적인 주거를 목표로 한 프로젝트는 주거 단위에 새로운 주방이 통합된 형태로 설계됐다. 이것이 ‘시스템 키친’의 효시, 프랑크푸르트 키친이다. 건축가 마가레테 쉬테-리호츠키가 설계한 것으로, 주부와 여성 단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반영했다. 결국 최소한의 노동으로 최대의 효율을 얻을 수 있는 기능적인 주방이 탄생했다. 각 주방에는 빌트인 수납장과 가스레인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천장 조명부터 회전 스툴, 접이식 다림질판, 분리 가능한 쓰레기 서랍 등을 포함한다. 또한 기본 식재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알루미늄 보관함까지 갖췄다.


©DANIELA CHRISTMANN

©DANIELA CHRISTMANN

LE CORBUSIER, VILLA SAVOYE(1928~1931)

“집은 살기 위한 기계다.” 르 코르뷔지에는 건축이 인간의 생활과 몸의 움직임을 합리적으로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프랑스 푸아시 외곽에 자리한 빌라 사부아는 그가 주창한 근대건축의 5원칙이 면밀하게 반영된 주택이다. 그중 주방은 집의 중심부에 배치돼 거실과 식당, 테라스로 이어지는 생활 동선에 놓였다. 백색 타일의 벽과 금속 프레임, 유리 선반 등 위생적이고 관리가 용이한 재료를 사용했으며, 싱크대와 가스레인지, 수납을 한 면으로 정렬한 직선형 조리대로 동선 낭비를 최소화했다. 식당과 주방 사이에는 서빙용 개구부(Serving Hatch)를 두어 조리와 음식 전달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도록 했다. 수평 창을 통한 풍부한 자연광과 환기 역시 중요한 요소였다. 은폐된 노동 공간에서 벗어나 일상의 흐름 속에서 작동하는 근대적 생활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기능적 효율과 생활의 개방성을 결합한 주방은 근대건축이 제시한 새로운 ‘삶의 구조’를 상징하는 한 장면이 됐다.


RAINER DREXEL ©MUSEUM OF APPLIED ARTS

RAINER DREXEL ©MUSEUM OF APPLIED ARTS

STEFAN WEWERKA, KITCHEN TREE(1980)

주방은 늘 벽을 따라 펼쳐진다는 굳건한 믿음을 단박에 뒤집은 디자이너. 바로 조리대와 싱크, 조명, 선반을 모두 하나의 기둥에 모은 ‘키친 트리(Kitchen Tree)’를 디자인한 슈테판 베베르카(Stefan Wewerka)다. 이름 그대로 나무 줄기에서 자라나듯 디자인된 이 주방은 독일 가구 브랜드 ‘텍타(Tecta)’와의 협업으로 제작됐다. 한정된 공간을 위해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주방을 하나의 통합된 오브제이자 유기적 구조물로 상상한 것이 상당히 과감하다. 그 중심에는 전기선과 수도 배관이 통합된 크롬 도금 스틸 기둥이 있고, 이를 기준으로 싱크와 접이식 조리대, 수납 트레이, 조명이 가지처럼 뻗어 있다. 앞뒤나 좌우로 오가는 대신 사용자는 그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며 요리한다. 실제로 작동 가능한 프로토타입이었지만 대량생산되지는 않았고, 단 몇 점만이 뮌헨 디자인박물관과 프랑크푸르트 응용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이 세계가 아닌 다른 평행 세계 어딘가, 집집마다 키친 트리가 심어진 풍경을 상상해 본다. 앞뒤 혹은 좌우가 아니라 위아래로 움직이는 몸, 나무 줄기를 타고 오르내리는 손의 움직임. 이 얼마나 생경하고 흥미로운 광경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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