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금 가격은 1979년 석유 위기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지난 2년간 두 배로 뛰었다. 올해 10월에는 온스당 4,381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긴장,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확대와 테더코인 발행업자 등 새로운 수요층의 등장까지 겹치며 금에 대한 투자 수요는 구조적으로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을 바탕으로 일부 분석가들은 2026년 금값이 5,000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상승 동력의 중심에는 중앙은행이 있다. 준비금 다변화는 5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가격이 조정될 때마다 중앙은행의 매입이 ‘하방 지지선’으로 작동해 왔다. JP모건의 그레고리 쉴러는 중앙은행 수요가 금값에 뚜렷한 지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가격 수준을 유지하려면 분기당 약 350톤의 매입이 필요하지만, 분석가들은 2026년 평균 분기 수요가 585톤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자 포트폴리오에서도 변화가 확인된다. 2022년 이전과 비교해 전체 자산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서 2.8%로 확대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전략가 마이클 위드머는 금값 상승 기대, 포트폴리오 다각화 수요, 미국 재정적자와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금 수요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모건 스탠리**는 2026년 중반 온스당 4,500달러를 예상하고, JP모건은 연말 평균 가격이 더 높아질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만 경고음도 있다. 국제결제은행은 금과 주가가 이례적으로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잠재적 버블 가능성을 언급했다. 무역 갈등과 전쟁 리스크 속에서 금이 주식 하락에 대응하는 헤지 수단으로 부각됐지만, 주가 급락 시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금이 매도될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MKS 귀금속 예술 제품 그룹의 니키 힐스는 금이 단기적 헤지를 넘어 장기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변동성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공급 측면의 반응은 제한적이다. 회수(리사이클) 물량은 6% 증가하는 데 그쳤고, 중앙은행의 매도도 미미했다. 올해 총수요는 11% 증가할 전망이나 2026년에는 증가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보석 수요는 올해 3분기에 23% 감소했지만, 10월 호주와 유럽에서 소매 수요가 회복되며 금괴·금화 투자로의 전환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편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맥쿼리는 2026년 평균 가격을 4,225달러로 제시하며, 중앙은행 매입과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이 점차 둔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기관 투자자 구성도 변화하고 있다. 테더코인 발행사 등 암호화폐 기업들이 금을 대량 매입하고 있지만, 그 영향의 지속성과 범위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럼에도 아시아에서는 일부 연기금과 보험사가 이미 금 ETF에 투자하기 시작해, 금 투자 저변은 더 넓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2025년의 기록적 랠리는 금을 다시 한 번 ‘체계적 자산’으로 끌어올렸다. 2026년을 향한 시계는 5,000달러라는 낙관과 둔화 가능성이라는 신중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 중앙은행의 손과 글로벌 리스크의 파고가 어디로 향하느냐가, 다음 장의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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