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주민당, 청류파는 야당인 민국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 대통령이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천하의 기운이 바뀌어 21세기 중원에 다시 강림한 조조 맹덕(이재명 대통령)은 무너진 시장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다시금 오색 봉(五色 棒)을 고쳐 잡았다. 과거 낙양 북부위 시절, 권세가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을 집행하여 천하에 명성을 떨쳤던 그 정신을 경제 전장(戰場)에 투사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조정은 실리와 형세를 중시하는 탁류파(주민당)가 장악하고 있었고, 강동의 손권(열석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청류파(민국의힘)는 명분과 전통을 내세우며 맹덕의 행보를 매섭게 견제하고 있었다. 맹덕은 이러한 정치적 격랑 속에서도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것을 치세(治世)의 제1원칙으로 삼았다.
공정거래 대회의와 맹덕의 일갈
추운 겨울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의 대회의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조조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의 업무보고를 받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전쟁터를 훑는 장수처럼 예리했다.
공정위원장 주(朱)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올리자, 맹덕이 갑자기 말을 끊으며 물었다.
"지난번에 내가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공정위의 병력을 대폭 확충하라고 명하지 않았소? 그런데 고작 140명을 늘리는 데 그쳤단 말이오? 소심하게 140명 늘려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가?"
주 위원장이 황망히 대답했다.
"주군, 그 정도 인원을 늘려 조직을 가장 효율적으로 가동하는 것이 상책이라 판단했사옵니다. 또한 조정의 인건비 예산과 행정고시 채용 인원 등을 고려할 때 그 인원도 결코 쉽게 늘릴 수 있는 규모가 아니었사옵니다."
옆에 배석했던 비서실장 식훈강과 정책실장 범용김도 거들었다.
"공정위원장이 제출한 안 중에서는 실로 가장 많은 인원을 배정한 것이옵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했사옵니다."
효율보다 압도적 위압감을 택하다
그러자 맹덕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효율이라? 인력이 부족해서 필요한 조사를 못 했다는 소리는 전쟁터에서 화살이 없어 싸움에 졌다는 비겁한 변명과 다를 바 없소! "
맹덕은 공정위 인력을 대폭 늘려야 하는 이유를 좌중이 압도될 만큼 길게 설파했다.
"인건비나 조직 운영비가 아까운가? 보시오. 공정위라는 병단이 제대로 가동되어 기업들이 부정행위를 멈추고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한다면, 그 신뢰가 시장에 반영되어 주가가 오르고 한국에 대한 평가가 좋아질 것이오. 그로 인한 국가적 이익은 우리가 들이는 인건비의 수십, 수백 배에 달할 것이란 말이오!"
그는 이어 공정위의 본질을 꿰뚫는 일침을 가했다.
"공정위의 주 업무는 강자들의 횡포를 조사하는 것이오. 직원 수가 적고 무능할수록 혜택을 보는 자들은 누구겠소? 바로 법을 어기는 자들이오. 반대로 얘기하면 다수 국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뜻이오."
둔전의 지혜와 시장의 경각심
맹덕은 지난 3년간 익명제보센터에 접수된 832건의 제보 중 고작 15건만 조사된 현실을 지적했다. 이는 과거 그가 둔전제(屯田制)를 통해 백성의 삶을 안정시키려 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백성의 억울함이 담긴 상소가 묵혀지는 것은 치세의 수치였다.
"인력 충원 계획을 다시 제출하시오! 나중에 인원수를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초기에 대량으로 인력을 투입하여 '잘못하면 반드시 다 걸린다'는 공포와 경각심을 시장에 심어주어야 하오. 그것이 바로 내가 낙양의 문에 오색 봉을 걸었던 이유와 같소."
| 구분 | 공정위 인력 확충 논의 | 조조 맹덕의 통치 철학 |
| 관료의 보고 | 140명 증원, 효율성 강조 | 현상 유지와 예산 중시 |
| 맹덕의 질책 | "소심하게 140명?" | 대량 투입을 통한 기선 제압 |
| 핵심 논리 | 시장 투명성이 주가 상승 견인 | 국가는 백성의 이익을 우선함 |
| 기대 효과 | 범죄 예방 경각심 고취 | "다 걸린다"는 인식 심어줌 |
이어지는 금융위원회 보고에서 맹덕의 시선은 코스닥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에 한 번 진입하면 퇴출되지 않고 버티는 좀비 기업들이 새로운 우량주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직후였다.
관료가 하반기에만 40건을 퇴출시켰더니 소송이 빗발친다고 호소하자, 맹덕은 단호히 말했다.
"주주들의 소송은 당연한 반응이나, 시장 정상화를 위해서는 썩은 살을 도려내야 하오. 대한민국 기업들의 실력이 결코 나쁘지 않음에도 주식시장에서 60%밖에 평가를 못 받는 것은 황당한 일이오."
그는 눈을 빛내며 좌중을 압도했다.
"제일 큰 원인은 시장의 투명성에 대한 불신이오. 주가조작이나 부정거래를 하는 자들에게는 패가망신(敗家亡身)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줘야 하오. 그래야만 시장에 신뢰가 돌아오고 주가가 정상화될 것이오."
금감원의 호랑이 팀과 경쟁의 미학
맹덕은 금감원에 설치된 주가조작근절합동대응단에 대해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1~2개 팀을 더 늘려 팀별로 서로 공적을 다투게 경쟁을 시키라는 것이었다. 이는 그가 아들 조비와 조식을 경쟁시켜 후계자를 가리고, 장수들로 하여금 공을 세우게 했던 용인술의 현대적 변용이었다.
"경쟁이 없으면 조직은 나태해지는 법이오. 사소한 허물이 있더라도 능력 있는 자들을 대거 기용하여 시장의 무법자들을 사냥하게 하시오. 청렴한 자만 기다리다가는 천하를 평정할 수 없소."
공정의 시대를 여는 맹덕의 의지
맹덕의 이번 조치는 단순한 행정 명령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득권의 횡포를 막고, 투명한 시장을 만들어 백성(투자자)들이 마음 놓고 경제 활동에 전념하게 하려는 현대판 '둔전법'의 완성형이었다.
청류파(야당)는 이를 두고 '관치 금융'이라 비판하며 목소리를 높였으나, 맹덕은 차갑게 웃으며 오색 봉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나태한 관료는 국가의 가장 큰 위협이며, 시장의 부정행위는 백성의 피를 빠는 도적이다. 나의 병력은 오직 백성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실록 조조는 기록한다. 그날 이후 공정위에는 전례 없는 대군이 집결하기 시작했으며, 주가조작꾼들은 맹덕의 '패가망신'이라는 네 글자 아래 숨죽여 떨었다고. 그리고 그것이 바로 현대 한왕조가 다시금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서막이었음을.
Copyright ⓒ 저스트 이코노믹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