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르쿤 뉴욕대 교수,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학교 교수 등 세계적인 인공지능(AI) 석학들이 수조원 대 몸값의 스타트업을 세우며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지만, 정작 현실 노동자들은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기술 혁신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미국 고용 시장을 통째로 삼키는 모양새다.
1993년 이래 6번째 ‘110만 명’ 돌파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CG&C)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미국 기업들이 발표한 누적 감원 규모는 117만 821건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6만 1,358건)보다 54% 폭증한 수치로, 2020년(222만 건) 이후 최고 기록이다.
역사적으로 11월까지 감원 규모가 110만 건을 넘어선 것은 1993년 통계 작성 이래 올해가 단 여섯 번째다. 2001년(닷컴버블), 2009년(금융위기) 등 전 세계적 경제 위기 상황에만 나타났던 숫자가 2025년 다시 등장한 것이다.
산업별 ‘해고 도미노’…통신·소매업 직격탄
11월 한 달간 산업별 감원 현황을 살펴보면 특정 업종의 붕괴가 뚜렷하다. 통신 사업자들은 11월에 1만 5139명을 감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로 버라이즌의 대규모 감원 등으로 인해 전년 대비 268% 폭증한 3만 8035건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4월 이후 월별 최고치다.
기술 기업들도 올해만 15만 3536명의 직원들을 내보냈다. 지난해보다 17%나 증가했다. 소매업체들은 관세 불확실성과 소비자 선호도 변화로 전년 대비 139% 증가한 9만 1954건이 발표됐다. 비영리 단체들은 정부 지원금 삭감뿐만 아니라 기부금 감소 추세로 인해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비영리 단체는 지난해(5,640건)보다 무려 409% 폭증한 2만 8696건의 해고가 이어졌다. 미디어 업계는 2025년 현재까지 1만 7163건의 감원을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해 첫 11개월 동안 발표된 1만 4549건보다 18% 증가한 수치다.
AI는 ‘해고의 면죄부’...“혁신한다며 짐 싸라는 빅테크”
11월 한 달에만 구조조정(2만 217건)과 폐점·부서 폐쇄(1만 7140건)가 주를 이뤘다. 주목할 점은 해고의 사유다. 올해에만 약 5만 5000명의 노동자가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 AI가 처음으로 감원 사유로 거론된 2023년 이후, AI로 인해 발표된 감원은 총 7만 1683건이다.
아마존(1만 4,000명), 세일즈포스(4,000명) 등은 AI 투자를 명분으로 대대적인 인력 청소에 나섰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의 정부효율부(DOGE) 영향으로 인한 감원 계획도 29만 3753건에 달해, 연방 정부와 계약 관계에 있는 민간 기업들까지 선제적 감원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을 정리하는 기업들의 속내는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비안 스테파니 옥스퍼드대 교수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팬데믹 당시의 과잉 고용 실책을 반성하는 대신, AI라는 근사한 핑계 뒤에 숨어 인건비를 청소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채용은 15년 전으로 후퇴…“나가는 문만 열렸다”
여러 기업들이 정리해고를 단행하고 있지만, 채용의 문은 꽉 닫히고 있다.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은 49만 7151건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이는 2010년 이후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연말 특수를 겨냥한 계절직 채용마저 2012년 추적 시작 이래 최저치를 기록하며 ‘입구 막기’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앤디 챌린저 CG&C 최고수익책임자는 “물가 상승과 관세, AI라는 삼중고 속에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의 가장 빠른 길인 ‘해고’를 선택하고 있다”며 “팬데믹 당시의 과잉 고용에 대한 청구서를 이제야 기술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결제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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