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 유예기간 5일→30일…채무상환 1년 연기안은 부결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중국 대형 부동산업체 완커(萬果·Vanke)가 채무 20억위안(약 4천211억원)의 유예기간이 30일로 연장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를 일단 모면했다.
22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완커는 지난 15일 만기 예정이던 20억위안 규모의 채권과 관련해 유예기간을 영업일 기준 5일에서 30일로 늘려달라는 요청을 채권자들이 승인했다고 이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완커는 내달 27일까지 채무 상환을 연기하기 위한 조건을 놓고 채권자들과 재협상할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다만 완커가 함께 제안한 채무 상환 시한 1년 연기 방안은 연체이자를 일부 지불하겠다는 조건에도 채권자 표결에서 부결됐다.
FSMOne 홍콩의 글로벌 채권 운용 수석 매니저 잭슨 찬은 "완커는 유예기간 연장으로 시간을 벌고 있다. 원래 유예기간인 5일은 협상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그는 완커가 상환 기한 연기 합의에 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완커는 당초 15일까지였던 20억위안 규모의 채무 상환 시한 1년 연기와 신용 보강, 이자 기한 준수 등을 채권자들에게 제시했으나 10∼12일 3일간 진행된 채권단 투표에서 세 제안 모두 통과에 필요한 '90%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에 이달 15일 지급 예정이던 이자 6천만 위안(약 126억원)을 오는 22일까지 지급하는 방안과, 5일이던 유예기간을 30일로 연장하는 방안 등 새 절충안을 다시 제시했다. 채권자들은 이 제안을 지난 18∼22일 투표에 부쳤다.
완커가 연장된 유예기간 30영업일 동안 채무를 상환하거나 상환 기한을 연기하기 위한 별도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해당 채권(22 Vanke MTN004)은 디폴트에 직면하게 된다.
완커는 이와 별도로 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37억 위안(약 7천791억원) 규모의 채무에 대해서도 상환시한 1년 연기와 유예기간을 5일에서 30일로 연장하는 방안을 요청한 상태다. 이 안건을 논의할 채권자 회의와 표결은 이날 시작됐으며 오는 25일 마무리된다.
중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헝다(恒大·에버그란데)·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 등 대형 부동산업체가 잇따라 디폴트에 빠진 뒤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경제 전반의 발목을 잡는 고질적 문제가 되고 있다.
완커는 부동산 위기에서 생존한 몇 안 되는 대형 건설사 가운데 하나로, 국유기업이 최대 주주라는 점에서 비교적 안전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작년에 495억위안(약 10조4천억원)의 손실을 내고 올해도 1∼3분기에 280억위안(약 5조9천억원)의 손실을 보고하는 등 최근 2년여 동안 재무 상황이 크게 악화했다.
완커는 최대 주주인 국유기업 선전메트로가 지난달 자금 지원 조건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면서 유동성 압박이 급격히 심화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선전메트로는 그간 300억 위안(약 6조3천억원) 이상을 주주 대출 형태로 완커에 지원해왔다.
완커의 이자부 부채는 3천643억위안(약 76조2천억원) 규모로 앞서 위기에 빠진 헝다·비구이위안의 디폴트 크기에 비해 훨씬 큰 규모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완커의 부실은 여전히 취약한 중국 부동산 시장에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주 '디폴트 위험 증가'를 이유로 완커의 신용등급을 'C'로 두 단계 하향조정했다. 이는 완커가 채무 상환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유예기간 이후에도 채무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제한적 디폴트' 등급으로 강등할 것이라고 피치는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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