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임종룡 회장과 직·간접적 인연을 맺고 있는 우리금융그룹 내부 인사들의 면면에 여론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임 회장은 2023년 취임 이후부터 지금까지 학연·이력 등에서의 공통분모를 가진 인물들을 그룹 내 핵심 요직에 발탁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조직 내 우호세력을 근간으로 한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시도를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우리금융 내 '임종룡 사단'의 존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연대·오리건대 학맥, 금융위 인연, 런던 인맥…세 갈래로 얽힌 우리금융 임종룡의 인연들
임 회장의 인맥은 ▲연대·오리건대 학연 ▲관료 네트워크 ▲런던 인맥 등 세 축으로 구성돼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박병원 전 우리금융 회장 이후 16년 만에 회장으로 발탁된 외부 출신 인사다. 1959년 전남 보성 출신으로 연세대 경제학 학사, 미국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4회 행정고시에 합격하며 공직에 입문했고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 경제정책국장,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금융위원장 등 굵직한 요직을 두루 거쳤다.
현재 우리금융 핵심 요직에는 임 회장 인맥 네트워크의 한 축을 차지하는 연세대·오리건대 출신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3월 취임 직후 단행한 인사에서 연세대 출신 인사들을 핵심 요직에 중용했다. 미래사업추진부문장(상무)에는 김건호 전 우리금융 시너지추진부 본부장을, 경영지원부문장(본부장)에는 이해광 전 부산서부영업본부장을 각각 발탁했다. 이후 올해 초 인사에서 김 본부장은 다시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로, 올해 말 인사에서 이 본부장은 지주사 디지털영업그룹장 역할에 더해 개인그룹장을 겸직하게 됐다.
임 회장은 지난 2023년 취임과 동시에 지주와 은행 홍보 등을 총괄하는 브랜드부문장 자리에 장광익(1965년생) 전 부문장을 외부에서 영입해 앉혔다. 장 전 부문장 또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장 전 부문장은 올해 4월 브랜드부문장 임기가 종료된 이후 우리금융미래재단 사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우리금융미래재단은 우리금융 산하 15개 계열사들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비영리법인이다.
우리금융미래재단의 현직 임원 중에는 임 회장이 석사 학위를 취득한 미국 오리건대 대학원 출신의 유영숙(1955년생) 전 환경부 장관도 이사로 재직 중이다. 유 이사는 이명박정부(2011년~2013년) 당시 환경부 장관직을 맡았으며 같은 기간 임 회장은 국무총리실 실장을 역임했다. 유 이사는 지난 2024년 12월 우리금융미래재단 이사로 발탁됐다. 유 이사의 배우자인 남충희(1955년생) 전 새누리당 대전시당 대전창조경제추진특별위원회 위원장 역시 오리건대 대학원 출신이다. 현재 임 회장은 우리금융미래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그룹 내에는 임 회장의 금융위원장 시절 후배 관료로 함께 근무한 이들도 여럿 근무 중이다. 대표적인 인물은 성대규(1967년생) 동양생명 사장이다. 성 사장은 임 회장의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 금융위 은행과 과장으로 근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성 사장은 임 회장의 보험사 인수 당시 우리금융그룹에 합류해 인수추진단장 자격으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인수를 총괄한 뒤 올해 7월 동양생명의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송창영 우리금융미래재단 감사 역시 임 회장의 금융위원장 재직 시절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감리위원회 위원을 맡은 이력을 가지고 있다.
임 회장이 과거 경제 관료로 영국 런던에서 근무하던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진 '런던 인맥'들도 그룹 내 다수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인물은 정진완 우리은행장이다. 임 회장이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지난 2004년부터 약 2년간 주영국대사관 영사관으로 근무했을 당시 정 행장은 우리은행 런던지점의 실무 과장을 지냈다. 임 회장이 영국으로 들어오기 1년 전 이미 영국에서 주재하던 정 행장은 기재부에서 파견된 임 회장에게 현지 정보를 제공하고 때로는 업무 협조를 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의 초대 수장인 남기천 사장 역시 임 회장과의 '런던 인맥'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남 사장은 임 회장의 영사관 재직 시절 대우증권 런던지점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함께 타국 생활을 하며 인연을 맺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우리금융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2023년 남 대표가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길 당시 그를 자회사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한 인물이 임 회장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우리금융 안팎에선 현직 회장과 공통분모를 가진 인물들의 약진은 사실이 어떻든 간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 회장 후보군에 선정될 때부터 관치금융의 핵심이라고 지적받아왔었는데 재임 기간 동안에도 그룹 요직에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물들을 대거 등용하는 등 전형적인 '제 식구 챙기기' 인사를 단행했다"며 "이러한 인사는 금융권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고 결국 하나의 고착화된 집권 세력으로도 변질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권은 투명성과 공정성이 중요한 분야인데 인맥 중심의 인사가 확대되면 업계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특정 출신들이 그룹의 요직을 차지한다는 점은 단기적으로는 조직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금융권의 건강한 경쟁과 혁신을 저해할 위험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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