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앵커. / 유튜브 채널 'CBS 김현정의 뉴스쇼'
CBS 라디오 간판 시사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이하 뉴스쇼) 진행자인 김현정 앵커가 하차 배경을 직접 밝혔다. 야권을 중심으로 '대통령실 압력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하차는 회사 요구가 아닌 본인 결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퇴출이 아니라 스스로 내려오는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김 앵커는 22일 오전 뉴스쇼 2부 시작에 앞서 "저는 앵커가 뉴스보다 앞서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번 소식도 가능한 한 늦게 전하려고 했는데 기사가 먼저 나와버렸다"며 청취자들에게 먼저 하차 소식을 전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누적된 피로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김 앵커는 "제가 지난가을부터 급격히 체력이 소진되면서 생방송에 나오지 못한 날들이 좀 있었다"며 "돌이켜보면 새벽 3시 반 기상을 2008년부터 십수 년을 했으니까, 제가 저한테 좀 가혹했다는 생각이 들면서 미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이유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라며 "굉장히 오랫동안 같은 일을 해온 만큼 조금 다른 도전을 차분하게 준비해 보고 싶다는 갈망이 늘 제 속에는 있었다"고 덧붙였다.
회사의 요구가 아니라 본인 뜻에 따라 하차하는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미 석 달 전에 (하차하고 싶다는 의사를) 회사에 말했다"며 "CBS는 감사하게도 이해해 줬고 연구·기획할 수 있는 시간도 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제 고민의 시간을 거쳐서 좀 다른 영역의 새로운 것으로 여러분을 찾아뵐 생각"이라고 전했다. 김 PD가 진행하는 마지막 방송은 내년 1월 2일이다.
CBS 홈페이지 갈무리
김 앵커가 하차를 열흘 이상 남겨둔 시점에 직접 이유를 밝힌 배경에는, 자신의 퇴진을 둘러싼 해석이 정치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지난 2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뉴스쇼를 콕 집어 비판한 적이 있다.
뉴스쇼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유착설이 불거지자 과거 방송 링크를 공유하며 "(뉴스쇼의) 이런 악의적 프레임이 다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군요. '김현정 뉴스쇼'가 대체 민주당과 이재명에게 왜 이렇게 심하게 하나 했더니"라고 적은 것이다.
실제 야권은 이 대통령의 과거 '저격 글'과 이번 김 앵커의 하차를 연관 짓고 있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각자의 사정도 있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놓고 저격했던 앵커였기에 하차 과정의 속사정이 궁금해진다"고 썼다.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도 "혹시라도 이재명 대통령의 뉴스쇼 저격이 진행자 교체의 이유는 아니었으면 좋겠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뉴스쇼는 김 앵커의 이름을 내걸고 2008년 5월 첫선을 보인 CBS의 대표적인 장수 시사 프로그램이다. 김 앵커는 출산 휴직 등 약 1년을 제외하고는 16년 동안 진행자 자리를 지켜왔다. 이 기간 뉴스쇼는 한국PD대상과 한국방송대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 대표 시사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뉴스쇼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현재 162만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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