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금융감독원이 이찬진 원장 취임 이후 첫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조직 운영의 중심축으로 끌어올렸다. 민원과 분쟁이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금융상품의 설계·판매 단계부터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체계로 감독 철학을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조직 개편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은 22일 소비자 보호 기능을 원장 직속으로 배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 개편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의 핵심 축은 △사전 예방적 소비자 보호 강화 △민생금융범죄 척결 △금융 환경 변화 대응으로 꼽혔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기존 금융소비자보호처를 확대·개편해 원장 직속 ‘소비자보호총괄본부’로 격상했다는 점이다. 소비자 보호를 개별 부서의 업무가 아닌, 금감원 전체 감독·검사 정책을 관통하는 기준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로 신설된 소비자보호총괄본부는 소비자보호감독총괄국, 소비자피해예방국, 소비자소통국, 소비자권익보호국, 감독혁신국 등 5개 국 체제로 구성됐다. 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불완전판매 점검부터 민원 분석, 제도 개선, 분쟁 조정까지 기능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전 예방–사후 구제–제도 개선이 하나의 흐름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분쟁 조정 기능의 재배치도 눈에 띈다. 그동안 금소처 산하에서 비교적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분쟁조정 업무를 업권별 감독 기능과 보다 긴밀히 연계하면서, 금융상품 구조 자체의 문제를 보다 신속히 파악하고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보험 부문을 포함해 업권별 분쟁 조정이 감독·검사 과정과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금감원은 이번 개편을 통해 민원 처리의 속도와 실효성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분쟁을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민원 유형을 분석해 감독 방향과 검사 기준에 반영함으로써 ‘같은 피해의 재발’을 줄이겠다는 목표다.
민생 금융범죄 대응도 조직 개편의 한 축이다. 금감원은 불법 사금융, 보이스피싱 등 서민 피해가 큰 금융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민생금융범죄 특사경 추진반’을 신설했다. 향후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확보하고, 보다 실질적인 수사·차단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찬진 원장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금융감독의 출발점은 소비자”라고 강조해왔다. 이번 조직개편은 이러한 인식이 선언적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조직 구조와 업무 체계로 구체화된 첫 사례로 평가된다. 감독·검사 중심 조직에서 소비자 보호를 기준으로 재정렬된 조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번 개편을 두고 금감원의 역할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비자 보호가 민원 처리 차원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개편은 감독 정책의 출발점을 바꾸겠다는 신호”라며 “향후 검사 강도와 감독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직 확대에 따른 효율성 저하와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소비자 보호 기능이 원장 직속으로 격상된 만큼,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조직개편은 일회성 조치가 아니라 금융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이라며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줄이고,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운영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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