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2일 제17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이하 방추위)를 열고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행업체를 ‘지명경쟁’ 방식으로 추진하기로 심의·의결했다. 방추위에는 △기본설계 수행업체인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 △HD현대중공업과 KDDX 방산업체로 함께 지정된 한화오션 간 경쟁입찰 △양사 공동개발 등 3가지 방안이 상정됐다.
논의 결과 방추위 참석 위원들은 경쟁입찰 방안을 만장일치로 선택했다. 이에 따라 방위사업청은 내년 1분기 중 지명경쟁 방식의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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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미 지연된 사업 일정이 추가로 늦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대상으로 제안서 평가를 거쳐 내년 말께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기본설계 수행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면 상세설계를 마무리하고 선도함 건조에 착수했을 시점이다. 이에 따라 1번함의 2028년 진수와 2030년 해군 인도 계획은 무산됐다.
이에 더해 그동안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수행해 온 관행과 달리 경쟁입찰 방식이 적용되면서 관련 규정 정비와 제안서 평가 기준 마련에도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방사청은 기존 계획보다 약 2년 늦어진 2032년 말 1번함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후 선도함 사업 과정에서 후속함을 통합 발주해 당초 계획대로 2036년까지 총 6척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사업비 증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경쟁입찰이 수의계약보다 예산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함정 기자재 가격 상승과 일정 지연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안하면 약 7조 467억 원으로 책정된 총사업비로는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 함정 업계에서 나온다.
특히 KDDX에 탑재될 핵심 기술 개발이 2029년 말께 대부분 완료돼야 하는데, 실제 함정에 탑재해 시험평가를 마쳐야 연구개발 사업이 종료되는 구조인 만큼 건조 일정 지연은 추가 비용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업체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가스터빈 등 외산 핵심 장비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HD현대중공업에 적용 중인 보안 감점 문제도 논란거리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에 따른 보안 감점을 올해 11월까지 적용하기로 했다가, 최근 내부 법률 검토를 거쳐 추가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보안 감점을 적용받지 않는 한화오션이 평가 과정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구축함 설계 사업을 사실상 독점해 온 HD현대중공업이 KDDX 기본설계를 수행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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