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은 22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를 열고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지명경쟁입찰을 통해 KDDX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의결했다. 공정성을 위해 복수 업체에 사업 참여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설명이다.
이번 결정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각각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기술력과 사업 수행 계획을 놓고 경쟁하게 된다.
그간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화오션은 개념설계,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를 맡았다.
통상 기본설계를 맡은 업체가 상세설계까지 맡지만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의 과거 군사기밀 유출·보안 사고 전력을 근거로 경쟁입찰 전환을 요구하며 KDDX 사업은 2년째 답보 상태였다.
양사 간 이견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방사청은 사업 추진 방식을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공동설계 등 3가지 안으로 압축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공동설계 방식을 가장 유력하게 봤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군사 기밀을 빼돌려 처벌받은 곳에 수의계약을 준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런 점을 살펴보라"고 언급하며 경쟁입찰 쪽으로 급선회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경쟁입찰에 따른 KDDX 최종 수주 향방은 '기술력'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기술적 차별성과 안정적인 사업 수행 계획을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 입찰에서 한화오션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점하게 됐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경쟁입찰을 진행하면 HD현대중공업은 '보안 감점'이 적용된다. HD현대중공업은 내부 직원들이 KDDX 기본 설계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의 개념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유출해 방사청에서 1.8점 보안 감점을 받았다. 해당 감점은 2026년 12월까지 적용된다.
경쟁입찰 방식 전환으로 KDDX 사업 추진 속도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입찰 절차에 따라 제안서 평가와 기술 검증 과정이 추가로 진행되면서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로 전환되면서 공정성은 강화됐지만 평가 과정에서 업체 간 견해차가 커지면 사업 추진 속도가 더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어느 한쪽이 쉽게 물러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세부 조율 과정에서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사청은 내년 중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제안서 평가 이후에는 협상을 거쳐 내년 말께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위한 계약을 체결할 방침이다. 2032년 말 선도함 해군 인도가 목표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