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 전광판. 비트코인이 급락해 8만6000달러선에서 후퇴한 지난 1일 전광판 모습이다. / 뉴스1
"비트코인이 향후 20년 동안 매년 30%씩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창립자 마이클 세일러가 비트코인의 장기 성장 전망을 이렇게 밝혔다.
그는 코인데스크가 선정한 '2025년 가장 영향력 있는 50인'에 이름을 올리며,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틈새 기업 실험에서 글로벌 현상으로 만든 주역으로 평가받았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창립자. / 세일러 X
세일러는 코인데스크가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단기 전망은 피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명확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비트코인이 향후 20년간 연간 약 30% 상승할 것"이라며 "변동성은 점차 감소해 현재 50에서 45, 40, 35, 30, 25로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일러 예측대로라면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은 약 1690만달러(약 250억원)로 오르게 된다.
그는 비트코인의 변동성 변화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했다. "변동성이 80에서 70, 60, 50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50에서 45, 40, 35, 30, 25로 계속 낮아지면서 VIX(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보다 50% 변동성이 큰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수익률(ARR)도 변동성을 따라갈 것이라면서 21년 후에는 연 20~21% 수익률과 21 정도의 변동성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일러가 비트코인 투자를 시작한 2020년 3월을 돌이켜보면 당시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1만 달러에서 4000달러로 폭락하기도 했다. 그때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100이 넘었고 연간 수익률도 100%를 상회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변동성과 수익률 모두 50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스트래티지는 지난 5년간 87회 이상 비트코인을 매수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일러는 "5년 전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며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봤고 계속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를 비트코인 산업의 전환점으로 꼽았다.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11월 암호화폐 친화적인 행정부 출범, 올해 1월 디지털 자산 회계 기준 개선 등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슈왑과 씨티 같은 대형 금융사들이 비트코인 ETF에 대한 신용 공여를 시작하고 암호화폐 자산 수탁 서비스를 발표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을 도입하려는 기업들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 초기에는 회계, 법률, 규제 문제가 주요 질문이었지만 최근에는 달라졌다. "지금은 200개 이상의 기업이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제 질문은 '비트코인을 보유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비트코인으로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디지털 크레딧'이다. 비트코인은 변동성이 크고 최소 4년, 이상적으로는 10년 이상 보유해야 하는 자산이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이런 변동성을 감당하기 어렵다. 세일러는 "비트코인으로 10년 후에나 큰 수익을 얻는 것보다 10%의 배당을 주는 은행 계좌를 원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스트래티지는 올해 약 70억 달러 규모의 디지털 크레딧 상품을 판매했다. 세일러는 "10개월도 안 돼 0에서 70억 달러로 성장한 상품을 만든 회사가 얼마나 되겠나"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회사가 올해 진행한 다섯 번의 IPO는 모두 새로운 디지털 크레딧 상품 출시였고, 그중 네 번째 상품인 STRC는 25억 달러 규모로 2025년 최대 IPO로 기록됐다.
그는 미국 내 트레저리 크레딧 시장이 30조 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STRC는 하루 1억 달러 이상 거래되는데, 이는 평균적인 우선주보다 100배, 일반적인 장외 우선주보다 1000배 많은 유동성"이라고 강조했다.
스트래티지의 소프트웨어 사업은 연 5억 달러 규모로 안정적이지만 고성장 사업은 아니다. 대신 디지털 크레딧 사업이 초고성장 부문이 됐다. 세일러는 "작년과 올해 각각 120억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 관련 이익을 창출했다"며 "이익은 비트코인을 사기 위해 증권을 유리한 조건으로 판매하면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가장 큰 도전이 전통 금융계의 관습을 깨는 것이었다고 토로했다. "우리는 영구적으로 10% 배당을 지급하는 상품을 만들었다. 100년 동안 유효한 콜옵션을 판매한 사례도 없다. 사람들은 '미쳤나'고 반응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세일러는 이런 관습을 깨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5년간 5% 이자를 내는 것보다 영구적으로 10% 배당을 내는 게 우리에게 낫다"며 "우리는 자본을 영원히 암호화폐 경제에 투자하고 싶고, 원금을 돌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런 금융 상품을 설계했다고 밝혔다. "챗GPT와 몇 시간 동안 대화하며 이런 구조를 만들었다"며 "역사상 아무도 해본 적 없지만 완전히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한 상품을 설계할 때 변호사들이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AI에게 물어 한 줄의 조항을 추가하는 것만으로 30억 달러 가치의 차이를 만들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세일러는 업계의 가장 큰 과제로 교육과 옹호 활동을 꼽았다. "새로운 기술은 혼란스럽고 무서울 수 있다"며 "전 세계 정책 입안자, 투자자, 정치인, 금융 회사, 언론, 여론 주도층에게 지속적이고 건설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암호화폐 시장 구조 법안에 대해서는 "올해 안에 통과되지 않을 것 같다"며 "빠르면 1분기 말, 현실적으로는 2분기 말쯤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당적 합의는 있지만 매우 복잡한 법안이라 시간이 걸릴 것이란 설명이다.
내년 가장 매력적인 자산으로는 디지털 자본(비트코인), 디지털 크레딧(스트래티지, 메타플래닛, 스트라이브 같은 디지털 트레저리 기업들이 만드는 크레딧 상품), 디지털 주식(디지털 트레저리 기업 주식) 순서로 꼽았다. 세일러는 "디지털, 디지털, 디지털"이라며 신용 투자자든 주식 투자자든 자본 투자자든 디지털 자산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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