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경기력이 아무리 좋아도, 승리를 가져다 줄 스트라이커가 없으면 1위에 오를 수 없다.
이탈리아 세리에A가 2025-2026시즌 16라운드를 일부 진행한 가운데 크리스마스 휴식기에 들어갔다. 중간 순위 1위는 11승 4패(승점 33)를 기록한 인테르밀란이다. 2위는 AC밀란(승점 32), 3위는 나폴리(승점 31), 4위는 AS로마(승점 30), 5위는 유벤투스(승점 29)다. 딱 승점 1점 차이로 5팀이 늘어서 있다. 여기까지가 선두권인 셈이다.
그 중에서도 1위에 올라 있는 인테르가 다른 팀들과 차별화되는 건 믿을 만한 스트라이커의 존재다. 세리에A를 대표하는 스타 공격수 라우타로 마르티네스가 8골로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인테르는 라우타로의 파트너 마르퀴스 튀람이 4골, 유망주 스트라이커 앙제요앙 보니도 4골, 프란체스코 피오 에스포시토가 1골을 넣어 전문 스트라이커의 득점이 총 17골에 달한다. 리그에서 가장 공격진이 강한 팀이다.
다만 득점 1위조차 15라운드까지 단 8골이라는 점에서 보듯, 이번 시즌은 세리에A 전반적으로 공격수들의 득점이 매우 저조하다. 다른 리그에서 스타급 공격수를 사오지 못한다면 키우기라도 해야 하는데 어느 쪽도 확 치고 나오는 선수가 없다. 지난 시즌 득점왕 마테오 레테기(현 알카디시야)처럼 스트라이커를 길러내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잠깐 1위에 올라갔다가 내려온 팀들의 공통 고민이 스트라이커 부재다. 2위 밀란은 유일한 전문 스트라이커 산티아고 히메네스가 전반기 무득점이라는 최악의 부진으로 일관했는데, 알고보니 발목 부상을 안고 뛰던 중이라 수술대에 올랐다. 그 대신 2선이 더 어울리는 하파엘 레앙, 크리스토페르 은쿤쿠 등을 스트라이커로 두고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에이스 크리스천 풀리식을 기용하는 중이다. 풀리식 7골, 레앙 5골로 명목상 공격수의 골은 적지 않지만 경기 내용을 보면 그 누구도 전문 스트라이커가 아니라서 문전 경쟁력이 떨어진다.
4위 로마도 심각하다. 지난해 영입한 스페인 라리가 득점왕 출신 공격수 아르템 도우비크가 영 못 미더워, 잉글랜드 브라이턴앤드호브앨비언에서 에반 퍼거슨을 임대해 왔다. 유망주 스트라이커 퍼거슨이 공격수 조련의 달인 잔피에로 가스페리니 감독을 만나 만개할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도우비크 2골, 퍼거슨 1골이 전문 스트라이커의 득점 전부다.
로마는 21일(한국시간) 유벤투스를 상대로 테크니션 파울로 디발라를 ‘가짜 9번’으로 세우는 고육책을 들고 나왔다. 가스페리니 감독이 아탈란타를 지도하던 시절부터 장신 스트라이커를 선호해 온 것과는 반대였다. 결국 로마는 유벤투스 원정에서 점유율과 슛 횟수가 모두 앞설 정도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지만, 결정력 차이로 1-2 패배를 당했다.
로마를 잡아낸 유벤투스는 스트라이커의 부활로 재미를 봤다. 세리에A 최고 수준 연봉을 받는 애물단지 두산 블라호비치가 영 부활할 기미를 보여주지 않자, 조너선 데이비드와 로이스 오펜다 두 명이나 영입하면서 스트라이커 풀을 확 늘렸다. 현재가지 블라호비치 3골, 데이비드와 오펜다가 각각 1골에 그치면서 역시 스트라이커 경기력이 문제다. 그런데 시즌 초 아예 후보 취급 당하던 오펜다가 이날 빅 매치에서 선발 출장하더니 이날 문전에서 잘 주워먹어 세리에A 데뷔골을 터뜨렸다.
나폴리의 경우 스트라이커 숫자는 많다. 이제 노장 반열에 든 로멜루 루카쿠가 개막부터 부상으로 결장하자, 아직 성장 중인 전문 스트라이커를 로렌초 루카와 라스무스 호일룬 두 명이나 영입했다. 호일룬의 컵대회 포함 득점은 7골로 그나마 준수한 편이지만 리그 득점은 루카와 합쳐도 5골이 전부다. 한 팀의 스트라이커에게 기대하기에는 힘든 수치다.
심각한 공격수 문제를 겪고 있는데다 이적자금도 부족한 세리에A 구단들은 겨울 이적시장에서 얼마나 수완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후반기 성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로마는 퍼거슨 임대를 조기 해지하고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조슈아 지르크제이를 새로 임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밀란은 한때 스타급이었던 공격수를 저렴하게 영입하기 위해 부상 위험을 감수할 계획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득점왕 출신이지만 잉글랜드 웨스트햄유나이티드에서 잦은 부상으로 뭘 보여줄 기회조차 없었던 니클라스 퓔크루크를 데려와 부활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아스널의 브라질 대표 출신 공격수 가브리에우 제주스가 밀란에 이력서를 냈다는 소식도 들린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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