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OECD 최하위권에 머무는 가운데, 대법관 수 증원과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이른바 ‘사법개혁 5대 과제’가 헌법과 제도 원칙에 부합한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또 수사·기소 분리 이후에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반부패정책학회는 지난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2025년 국회 정책토론회 및 반부패청렴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김용철 한국반부패정책학회 회장(부산대 교수)은 이날 개회사에서 “우리나라는 양적인 측면에서는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그 이면에서는 사회 전반에 부패와 불공정, 특혜와 차별 등 각종 병폐가 누적돼 왔다”며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후퇴해 온 점은 중대한 국가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한편, 현재 추진 중인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이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축사를 통해 “사법개혁은 개별 제도를 손보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한 축인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국의 사법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OECD 국가 가운데서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며 “사법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밝혔다.
◆“사법개혁 세부 설계는 열린 자세로 보완해야”
이날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은 “사법개혁은 제도 미세조정이 아니라 사법부의 민주적 정당성과 책임성을 회복하기 위한 구조 개혁”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대법관 수 증원을 둘러싼 ‘사법부 비대화’ 비판에 대해 “전원합의체 중심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연합부 도입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숙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독일 등 주요국 최고법원도 다층적 합의 구조를 통해 정책적 판단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문제는 인원 수가 아니라 소수 인원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에 대해서도 “수사의 밀행성을 해친다는 우려는 과장됐다”며 “필요성과 상당성이 문제 되는 일부 사안에 한해 제한적으로 운영하면 오히려 수사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급심 형사판결문 공개 확대와 관련해서는 “판결문 공개는 재판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 장치”라며 “비실명화와 접근 제한을 병행하면 개인정보 보호와 공개 원칙은 양립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사법부 독립은 폐쇄성이 아니라 책임성과 결합될 때 정당성을 갖는다”며 “사법개혁의 방향은 흔들림 없이 추진하되, 세부 설계는 열린 자세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부 설계 미흡하면 부작용 더 클 수도”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날 “개혁의 방향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부 설계가 미흡할 경우 개혁의 성과보다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대법관 증원, 검찰청 폐지, 법관 평가제도 개편,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 정부·여당의 사법개혁 과제를 하나하나 짚으며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제도 자체에 돌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검찰 권한 남용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 권력과의 구조적 결합에 있다”며 “검찰청 폐지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대법관 증원에 대해서도 “재판 적체 해소라는 명분과 달리 사법부 인사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장 교수는 “사법개혁의 목표는 무력화가 아니라 정상화”라며 “국민 공감과 충분한 검토를 거친 점진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남준 변호사는 검찰개혁 논의와 관련해 수사·기소의 완전한 분리 없이는 제도 개편이 오히려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남준 변호사는 국회 토론회에서 “검찰 권한이 구조적으로 분산되지 않는다면 전건송치주의 부활이나 보완수사권 확대는 검찰 권력의 재강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목표는 범죄 대응과 국민 안전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동시에 엘리트 카르텔화된 권력 구조를 해체하는 데 방점이 찍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검찰청 보완수사권과 국가수사위원회 설치 논의에 대해 “자칫하면 조직만 비대해지고 실질적 통제는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개혁은 정권 초기에 속도감 있게 추진하되, 목표는 검찰 권한의 분산과 경찰 수사역량의 실질적 강화에 맞춰야 한다”며 “수사·기소 분리와 협력의무 제도화가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박영욱 서울고등법원 판사, 허정 법무연수원 검사장, 장영수 고려대 명예교수, 김남준 변호사(전 법무검찰개혁위원장),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반부패청렴대상 시상식도 열렸다. 정진욱 민주당 의원, 황정아 민주당 의원, 김남희 민주당 의원,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외 지방자치단체장 12명이 수상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