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노조는 23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규모 총파업 출정식을 진행하고 같은 날 오전 9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22일 밝혔다. 강철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번 싸움에 조직 명운을 걸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싸울 것”이라며 “정부의 흥정 시도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업에는 역대 최대인 조합원 1만 2000여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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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정부가 ‘성과급 정상화’를 약속하며 올해 임금교섭 잠정합의에 이르렀지만 이후 기획재정부가 입장을 번복했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말하는 ‘정상화’는 성과급을 기본급 100% 기준으로 산정해 타 공공기관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노조 측은 이 요구가 새로운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닌 형평성 회복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2010년 정부의 기본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 지침에 따라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는 임금구조 단순화를 추진했지만 다른 기관보다 약 10개월 늦게 마무리했다는 이유로 성과급 지급 기준에서 장기간 페널티를 받아 왔다. 이 탓에 코레일은 32개 공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성과급을 기본급 80% 기준으로 산정하고 있다.
노조는 이 같은 기준이 적용되면서 실질임금 하락은 물론 장기적으로 생애소득 전반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코레일보다 더 늦게 임금체계를 개편한 일부 공기업들이 짧은 기간만 페널티를 받은 뒤 현재는 기본급 100%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는 점에서, 코레일만 예외적으로 불리한 기준을 적용받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2018년 코레일 노사가 성과급 100% 지급에 합의했지만 2021년 감사원 감사에서 지침 위반 지적을 받았고 이후 2022년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에서 지급 기준을 다시 80%로 환원하는 방안이 의결됐다. 당시 공운위는 혼선을 줄이기 위해 2022년 96%에서 2026년 이후 80%까지 매년 4%포인트씩 단계적으로 낮추는 방식을 택했다. 이 결정이 지난해 말과 올해 노조 파업의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통상 파업 국면에서 사용자 측이 노조 요구에 동조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코레일 경영진이 파업을 하루 앞둔 이날 공개적으로 성과급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에는 이런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코레일 경영진도 성과급 지급 기준 문제가 15년간 누적돼 경영 정상화와 조직 안정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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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기재부는 성과급 지급 기준을 100%로 원상복구하겠다고 약속하거나 제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특히 노사합의를 그대로 인정할 경우 다른 공공기관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지침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적 효력상 정부 지침이 노사합의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에서 코레일만 예외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코레일 성과급 개선 방안’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기재부가 진행한 정책 연구용역 결과를 두고도 주장이 엇갈린다. 철도노조는 용역 결과 성과급 100% 지급 근거가 마련됐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아직 용역의 최종 결론이 나오지 않았으며 중간 단계에서도 ‘100%’ 같은 수치를 특정해 논의한 적은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검토 중인 90% 산정 방안 역시 정상화가 아닌 감사원 지적과 형평성, 지침의 효력을 고려한 조정 검토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재부의 내부 사정이 이번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기재부는 내년 1월 조직개편을 통해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될 예정인데 기획예산처의 수장도 낙점되지 않았고, 조직구성이나 인력배치도 결정되지 않았다. 조직내 누가 어느 부서에서 일하게 될지 모르는 뒤숭숭한 분위기에서 철도파업을 하게 둘 수도 없고, ‘성과급 합의’를 책임지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일단 파업을 막기 위해 유연한 신호를 줬다가 원칙론으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입장차가 발생한 원인은 소통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기재부는 국토부를 이번 논의의 단일 소통 창구로 삼고 있으며, 국토부는 코레일을, 코레일이 노조와 소통하고 있다. 이런 일방향의 소통 구조에서 ‘성과급 합의’에 대한 입장차를 확인하지 못한채 급하게 파업봉합의 결론을 냈고, 결국 재파업의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양측 갈등에 따른 여파는 이용자 불편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코레일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수도권전철과 광역전철 운행이 평시 대비 약 25% 감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필수운행률 이상을 유지할 계획이지만, 경강선·대경선·동해선·경의중앙선 등 일부 노선은 배차 간격이 40분에서 최대 1시간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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