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가 완성한 한국적인 서사
지난 12월 20일, 2025 멜론 뮤직 어워드(MMA)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지드래곤(GDRAGON)을 비롯해 에스파(AESPA),엑소(EXO),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 등 세대를 아우르는 아티스트들이 무대를 장식한 가운데, 특히 2019년 이후 약 6년 만에 국내 시상식 무대에 오른 제니(JENNIE)의 등장은 단연 화제였습니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무대 장악력은 물론, 한국적인 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무대 의상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겼는데요. 이번 의상을 디자인한 브랜드 르쥬(LEJE)가 제작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공개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Seoul City’와 함께 등장한 제니는 약 15미터 길이의 거대한 베일을 쓰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베일에는 한글로 기록된 최초의 노래 가사집인 ‘청구영언(靑丘永言)’의 구절이 촘촘히 새겨져 있었는데요. 르쥬는 이번 디자인에 대해 “제니가 오랜 시간 간직해온 한국과 한글에 대한 애정에서 출발한 의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제니는 한글날을 기념해 ‘젠 세리프(Jen Serif)’를 출시하는 등 한글에 대한 꾸준한 애정을 보여온 바 있습니다.
이어진 무대에서는 ‘반가사유상’의 복식에서 영감을 받은 가운이 공개됐습니다. 구조적인 어깨 라인에 병아리 매듭 노리개를 더해 고요하면서도 단단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는데요. 절제된 조형미 속에서 한국 조형 예술 특유의 정신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다음 곡인 ‘Zen’은 전통 한복의 동정과 고름 실루엣을 서양 복식의 코르셋 구조와 결합한 디자인으로, 긴장감 있는 입체적 실루엣을 완성했습니다. 하의에는 펜화 기법을 활용해 노리개와 은장도 등 한국 공예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담아내며 전통과 현대의 교차를 시각적으로 풀어냈습니다.
마지막 곡 ‘Like Jennie’ 무대에서 제니는 자신의 이름 ‘제니’를 약 2,000회 반복해 금박장 기법으로 새긴 재킷을 입고 등장했습니다. 제작에만 200시간이 소요된 이 재킷은, 노래처럼 끊임없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내며 증명해온 시간의 기록을 상징합니다. 르쥬는 이에 대해 “과거의 모든 시간을 지나 자신의 이름으로 돌아온 제니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신의 언어로 스스로를 정의하는 현대적인 여성상”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제니는 ‘서울관광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된 후 서울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데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 서울을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며, 음악과 패션, 퍼포먼스를 통해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세계 무대에 자연스럽게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이번 MMA 2025 무대 역시 단순한 컴백 무대를 넘어, 서울에서 출발한 한국적 미학이 어떻게 팝 문화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죠. 제니는 서울의 동시대적인 얼굴이자 한국적인 서사를 현재형으로 완성해가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하는 중입니다.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