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종효 기자 |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는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가 마련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저작물 학습 등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안내서(초안)’를 둘러싸고 일부 AI 산업계가 제기한 지적과 관련해 음저협의 기본 입장을 22일 밝혔다.
해당 안내서는 AI 기술 발전과 창작자 권리 보호의 균형을 전제로 현행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기준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한 해석 지침이다. 음저협은 이 안내서가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거나 기업에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는 문서가 아니라 기존 법령을 사례 중심으로 설명한 참고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음저협은 안내서의 일부 표현에 대해 보완 의견을 제출한 바 있으나 전체적인 방향성과 기본 전제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며 AI 산업 발전과 창작자 보호를 함께 고려하고자 한 안내서의 취지와 필요성에 깊이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AI 산업계에서는 해당 안내서가 국내 AI 개발을 위축시키고 AI 벤처·스타트업의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전면적인 재검토와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 측은 해당 안내서가 ‘영리 목적 AI 개발’을 공정이용 판단에서 불리하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음저협은 안내서가 영리 목적 여부만으로 공정이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실제 안내서에는 영리·비영리 여부를 포함해 저작물의 변형 정도, 기존 저작물 시장에 미치는 영향, 저작물의 성질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명시돼 있다.
또한 안내서에는 영리 목적이 있더라도 저작물이 충분히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되고 기존 저작물 시장을 해치지 않는 경우라면 공정이용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음저협은 이런 설명이 기존 판례와 국제적인 공정이용 해석 흐름과도 부합하며 ‘영리 목적이면 공정이용이 아니다’라는 기계적인 판단을 제시한 것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다만 음저협은 영리 목적의 AI 개발에 저작물이 이용되는 경우 그 이용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이 창작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관련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익 창출을 전제로 저작물을 활용하면서 보상에 대한 논의 없이 공정이용 확대만을 주장하는 것은 공정이용 제도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으며 저작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는 법과 헌법이 보호하는 기본적인 권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AI 학습 과정에서 저작물을 전체적으로 사용하거나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업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음저협은 입장을 밝혔다. 음저협은 기술적 필요성과 법적 허용 여부는 구분해 판단해야 하며 이번 안내서는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공정이용에 관한 법적 판단 기준을 제시한 문서라고 설명했다.
또한 안내서는 모든 AI 학습에 대해 일률적으로 사전 허락을 요구하거나 공정이용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지 않으며 대규모 상업적 이용 등 기존 저작물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에는 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다고 음저협은 덧붙였다. 산업적 부담이나 비용 문제 역시 공정이용 해석만으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라 다양한 이용허락 방식이나 제도적 보완을 통해 논의돼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번 안내서가 해외 공정이용 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음저협은 각 국가별 저작권 제도와 법체계가 상이해 단순 비교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에도 AI 학습 전반을 포괄적으로 공정이용으로 인정한 판례는 현재까지 없으며 관련 소송 또한 개별 사안별 판단이 진행 중인 단계라는 점을 언급했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저작권자와의 협의나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으며 유럽과 일본 역시 우리나라와 동일한 공정이용 제도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제도적 전제가 다르다고 음저협은 설명했다. 이런 점을 종합할 때 이번 안내서는 우리나라 저작권법 체계 내에서 공정이용 판단 기준을 정리한 해석 지침으로서 적절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끝으로 이번 안내서가 법적 불확실성을 높여 산업 위축과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부 업계의 우려에 대해 음저협은 안내서가 기존 저작권법의 해석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오히려 법적 판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확한 해석 기준이 제시될수록 기업과 투자자에게 보다 안정적인 의사결정 환경이 제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음저협은 국내 학습데이터 관련 정책과 해석 기준은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해외 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한 우려는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낮다고 덧붙였다.
음저협은 이번 안내서가 AI 산업과 창작자 권리를 대립 관계로 보지 않고 합법적인 이용과 분쟁 예방, 협의와 조정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AI 기술 발전과 창작자 보호는 어느 한쪽을 희생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며 공정한 기준과 신뢰할 수 있는 이용 구조를 통해 지속 가능한 AI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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