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한국 배드민턴이 2025년 한 해를 화려하게 마쳤다. 여자 단식의 안세영(23)을 중심으로 남자 복식 김원호(26)-서승재(28) 조, 이소희(31)-백하나(25) 조까지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를 휩쓸며 기록과 성과, 상징성까지 모두 잡았다.
안세영은 올 시즌 ‘세계 최강자’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역사에 남을 이정표들을 연이어 세웠다. 단일 시즌 역대 최다 우승 타이기록인 11승을 달성했고, 단식 선수 기준 역대 최고 승률인 94.8%를 기록했다. 여기에 시즌 누적 상금 100만3175달러(약 14억8570만원)를 벌어들이며 배드민턴 선수 사상 처음으로 ‘시즌 상금 100만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안세영은 올해 단체전인 수디르만컵을 포함해 총 77경기를 치렀고, 그중 단 4차례만 패했다. 꾸준함과 지배력을 동시에 입증한 수치다. 정점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BWF 월드투어 파이널스였다. 각 종목 랭킹 상위 8명만 출전하는 이른바 ‘왕중왕전’에서 안세영은 여자 단식을 제패하며 우승 상금 24만달러(약 3억5500만원)를 추가했다. 이로써 시즌 누적 상금은 100만3175달러(약 14억8570만원)에 도달했고, 2023년 자신이 세웠던 종전 최고 기록(57만8020달러)의 두 배에 가까운 액수를 기록했다.
통산 상금 역시 256만9466달러(약 38억537만원)로 늘어나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이는 183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켰던 빅토르 악셀센(31·덴마크)의 기록을 넘어선 수치다. 최근 BWF가 대회 스폰서십 확대와 함께 상금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린 상황에서 안세영은 세계 최상위 선수에게 돌아가는 보상의 상징적 주인공이 됐다.
경기 내용 역시 기록만큼이나 인상적이었다. 안세영은 준결승에서 ‘천적’으로 불리던 야마구치 아카네(28·일본)를 꺾으며 결승에 올랐다. 경기 후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다치지 않는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상승 여력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제 시선은 내년으로 향한다. 세계랭킹 상위자 우선 선발 규정에 따라 큰 변수가 없는 한 안세영은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돼 주요 국제대회에 나선다. 그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로, 내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정상에 설 경우 한국 단식 선수 최초의 아시안게임 2연패라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이는 여자 단식의 전설 방수현(53)도 이루지 못한 기록이다. 아시안게임보다 역사가 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아직 한국 단식 선수의 2회 연속 우승 사례는 없다.
안세영은 이미 2023년 세계선수권 단식 우승으로 한국 선수 최초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내년 4월 중국 닝보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제패하면 올림픽,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을 모두 석권하는 ‘배드민턴 그랜드슬램’을 완성하게 된다. 그는 2023년 세계선수권 우승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 목표를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올해는 허벅지 부상 여파로 아시아선수권 출전이 무산되며 도전을 잠시 미뤄야 했지만, 내년에는 다시 퍼즐 완성을 노린다.
남자 복식에서도 한국 배드민턴의 저력은 뚜렷했다. 김원호-서승재 조는 올 시즌 11승을 합작하며 안세영과 나란히 단일 시즌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복식 종목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승 기록이다. 특히 서승재는 올해 초 진용(22)과 BWF 월드투어 슈퍼 300 태국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데 이어 김원호와 새롭게 호흡을 맞춘 뒤에도 정상 행진을 이어가며 개인 기준 시즌 12승이라는 신기록을 수립했다.
두 선수는 올해 18개 국제대회에 출전해 11차례 우승을 합작했다. 월드투어 파이널스를 비롯해 말레이시아오픈, 전영오픈, 인도네시아오픈 등 슈퍼 1000 시리즈 3개 대회, 일본오픈과 중국 마스터스, 프랑스오픈 등 슈퍼 750 시리즈, 코리아오픈과 일본 마스터스(슈퍼 500), 독일오픈(슈퍼 300)까지 정상에 오르며 남자 복식 ‘황금 계보’의 계승자로 자리매김했다.
여자 복식에서도 낭보가 이어졌다. 이소희-백하나 조 또한 여자 복식 결승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한국 여자 복식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만 출전하는 ‘별들의 전쟁’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자존심을 회복했다. 이번 2연패는 그랑프리 파이널스 시절이던 1998년과 1999년 혼합복식 김동문-나경민 조가 연속 우승을 차지한 이후 26년 만에 나온 한국 선수의 두 번째 왕중왕전 연속 우승 기록이다.
한국 배드민턴의 눈부신 성과에 이재명(61) 대통령도 공개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 세계가 우리 선수들의 성과에 경이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며 “2025년은 ‘대한민국 배드민턴의 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안세영의 단일 시즌 최다 우승 타이 기록과 김원호-서승재의 시즌 최다 우승, 여자 복식 이소희-백하나의 대회 2연패를 일일이 언급하며 “이 자리에 오기까지 셀 수 없는 땀과 눈물,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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