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제철은 방어와 존박"…韓 마이클 부블레 탄생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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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제철은 방어와 존박"…韓 마이클 부블레 탄생의 순간

모두서치 2025-12-22 15:14: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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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콘서트는 사실 노래다. 최근 화려한 연출과 대형 스크린, 이벤트로 공연이 채워지고 있지만 가장 큰 감흥은 음악에서 온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가수 존박이 연 단독 콘서트 '꿈처럼(Like a Dream)'(19~21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은 노래가 무르익은 순간들로 넘쳐났다. 2017년 단독 콘서트 '모노(MONO)' 이후 같은 장소에서 무려 8년 만에 펼친 공연.

정말 어려운 일은 건 노래를 부르는 일이 아니라 노래를 하지 않고 버티는 거다. 존박은 그간 함부로 노래하지 않았다. 이번 공연 약 2시간을 영상, 이벤트, 게스트 하나 없이 자신의 노래로만 채운 존박은 버텨서 감정이 노래가 될 때 겨우 부르는, 음악을 귀하게 여기는 대표주자다. 11년 만에 낸 정규음반인 정규 2집 'PSST!'(2024)의 밀도도 이를 증명한다.

이번 공연은 이 앨범 수록곡 '블러프(BLUFF)'로 포문을 열었다. 존박이 건반 연주자 겸 프로듀서 홍소진과 작업한 해당 음반은 올해 2월 '제22회 한국대중음악상(한대음)'에서 최우수 팝 음반 부문을 받는 등 호평을 받았다.

콘서트는 키보드 두 대에, 기타, 베이스, 드럼 구성으로 이 앨범 수록곡 위주로 꾸몄다. 빈티지 팝, 재즈의 결을 오가며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들려줬다. 특히 분명한 배음(倍音)으로 풍성한 결을 펼쳐내는 존박의 중저음이 공연의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 존박은 내내 존중심을 표한 연주자들과 공연 자체를 즐겼다.

이번 공연만 벼르고 있었다는 존박은 "(이전엔) 공연을 준비하면 많이 긴장도 되고 걱정도 가득했거든요. 이제 연차도 쌓이고 오랜만이다 보니까 정말 굉장히 신이 나 있어요. 우리 멤버들과 합주하는 시간에도, 어렸을 적 음악을 시작했을 때 가졌던 순수한 즐거움, 그 재미를 느꼈습니다. 그 즐거움을 여러분들과 하루빨리 나눠드리고 싶었다"고 신나했다.

 

'제자리', '올 아이 원트(ALL I WANT)' 같은 발라드 무대도 존박다웠지만, '나이트크롤러(NIGHTCRAWLER)', '왜 그럴까'처럼 역동적인 밴드 세션의 연주가 도드라진 대목 역시 존박 같았다.

존박이 이번에 공연을 하기로 결정하고 가장 애 쓴 부분 중 하나는, 크리스마스 전 주말 공연장을 사수하기였다. 이 무렵 제철은 두 가지가 대목이라며 방어 그리고 존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1년 중 크리스마스를 가장 좋아해 이 날에 진심이라는 존박은 매년 트리를 크게 장식한다며, 돈을 꽤 들여 꾸민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브 어게인' 이후 캐럴 메들리를 들려줬다. 천장에서 선물 박스가 내려오고, '해브 유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Have Yourself A Merry Little Christmas)', '산타 클로스 이즈 커밍 투 타운(Santa Claus Is Coming To Town)', '더 크리스마스 송(The Christmas Song)'이 이어졌다. 성탄절이 성큼 다가왔고 음표들이 눈처럼 관객들 마음 속에 펑펑 내렸다. 한국의 마이클 부블레가 탄생했다. 크리스마스 시즌 때마다 음반이 역주행하는 부블레처럼,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반드시 공연을 하려고 한다"고 존박은 바랐다. "다음 공연까지는 절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도 했다.

공연 후반부엔 리드미컬한 곡들이 이어졌다. '폴링(Falling)', '비스타(VISTA)', '스투터(STUTTER)' 등으로 흥겨움이 연출됐고 특히 존박의 대표곡 '네 생각'이 나오자 떼창이 울려 퍼졌다. 앙코르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PSST!' 타이틀곡 '꿈처럼'은 말 그대로 '한 겨울 밤의 꿈'처럼 동화적이었다.

존박 주변엔 공인 장인들이 수두룩하다. 김동률, 이적이 그의 소속사 뮤직팜 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두 선배 뮤지션처럼 존박 역시 노래, 조명, 관객 등 최대한 음악에 초점을 맞춘 정제된 연출이 음악이 가장 도드라지는 길임을 증명했다.

 

존박은 노래에 대해 진심이다. 이번 공연에서 자신은 청중에 위로를 주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는데, 가수가 되니 그 위로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덜어내고 담백하게 쓴 곡이 오히려 청중에게 가닿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덕분에 "진심이면 알아주시는구나 느끼게 됐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존박의 노래와 공연은 속수무책이다. 노래의 힘을 아는 가수 앞에선, 청중과 관객은 옴짝달싹 못한다. 예능적 이미지가 무대 위에선 모두 하얀 눈처럼 뒤덮인다. 존박 덕분에 겨울에 기분 좋은 미열(微熱)을 앓았다. 봄이 오기 전까지 이 노래로 인해 옅은 열꽃이 피어있을 모양새다. 그 꽃은 이제 곧 백화제방한다.

"경험과 시간 그리고 음악들이 꾸준히 쌓여서 이제 비로소 제 색깔이 물씬 나는 음악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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