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외환당국이 원·달러 환율 안정을 위한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글로벌 달러 강세와 엔화 약세, 외국인 자금 이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국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 의지가 환율 상단을 제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5원 오른 1477.8원에 거래됐다. 이날 환율은 0.3원 상승한 1476.6원에 출발한 뒤 소폭 상승 폭을 키우며 1470원대 후반에서 방향성을 탐색하고 있다. 장중 고점은 1477.9원, 저점은 1476.0원이다.
최근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추가 인상 시점에 대한 명확한 가이던스가 제시되지 않으면서 오히려 엔화 약세가 심화됐고, 달러당 엔화 환율은 155엔대 중반에서 157엔대 중반까지 상승했다. 엔화와 동조성이 높은 원화 역시 약세 압력을 받으며 달러 강세가 재차 부각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DXY)는 지난주 말 98선 초중반에서 98선 중후반대로 소폭 상승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심리가 환율 급등을 제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거래량이 줄어드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당국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 조정)을 강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정부는 최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내년부터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6개월간 면제하고, 한국은행은 외화예금 초과지준에 대해 이자를 지급하는 한시적 조치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는 외화 유동성을 확대해 시장 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국민연금의 환헤지 수시 가동과 외환스와프 활용도 환율 안정 카드로 거론된다. 국민연금이 외환스와프를 활용하면 필요한 달러를 시장이 아닌 한국은행으로부터 직접 조달하게 돼 환율 상승 압력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한은의 외환보유고가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브리핑에서 "외환 수급 불일치가 심화될 경우 한쪽으로 환율이 급변하지 않도록 스무딩 오퍼레이션을 실시하고 있으며, 현재도 대응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수입업체의 달러 결제 수요, 해외주식 투자에 따른 환전 수요 등이 환율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외환당국의 강한 경계심리와 외국인 증시 자금 흐름에 따라 환율이 1400원대 중후반 박스권에서 등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 환율 범위로 1450~1490원을 제시하며 "연말을 앞두고 정부가 환율 관리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크고, 국민연금의 대규모 환헤지와 추가 안정 대책이 환율 상단을 제어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도 "당국이 환율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며 "크리스마스 연휴를 거치며 달러·원 환율은 당분간 박스권에 갇힐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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