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기반 HR 인텔리전스 솔루션 ‘텔타(Telta)’를 이끄는 전소영 총괄은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임원 승진을 확신했던 ‘김부장’의 비극을 ‘좌천’ 자체가 아니라 ‘설명 부재’로 진단했다.
그는 “김부장이 비참했던 이유는 자신이 왜 경쟁에서 밀렸는지, 회사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데이터’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HR(인적자원관리)은 결국 데이터를 통해 사람을 설득하고 예의를 갖추는 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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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의 한계, AI로 돌파
전 총괄은 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 박사 출신으로, SK텔레콤과 SK그룹 HRD 연구조직 ‘my SUNI’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정통 HR 전문가다. 직관에 의존하던 HR 관행을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텔타를 개발했다.
그는 현장에서 수많은 인사 평가와 조직 개편을 지켜보며 ‘인간의 직관’이 가진 한계를 절감했다. 훈련된 면접관이라도 인간의 인지적 한계 때문에 오전·오후에 본 지원자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 총괄은 “AI는 3개월 전이든 오늘이든 같은 기준으로 인재를 판별한다”며 “텔타가 HR 한계를 풀어낼 수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텔타는 전 세계 60만건 이상의 글로벌 직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계속해서 데이터 풀을 확장하고 있다. 출시 1년 만에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들과 주요 공공기관이 잇따라 도입, 누적 1000명 이상의 임직원이 진단을 받은 고객사도 있을 정도다.
영업 25년 차 김부장에게 막연한 위로 대신 스킬 데이터
전 총괄은 인사시즌 ‘김부장’과 같은 직장인에 필요한 건 막연한 위로가 아닌 텔타의 ‘스킬(Skill) 데이터’라고 설명했다. 직무를 ‘레고 블록’처럼 쪼개 분석해 배치하는 방식이다.
그는 “‘영업 25년 차’라는 타이틀을 해체해보면, 그 안에 ‘가격 정책 수립 능력’이라는 역량이 있는데 본사 전략기획 임원 역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데이터 분석’ 역량을 조금만 보완하면 디지털 마케팅 교육 담당으로의 이동도 가능하다는 식의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밋빛 미래만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텔타로 분석한 정량적 근거는 도전할 용기를 준다. 전 총괄은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직무에 100% 딱 맞는 사람은 없다”며 “‘당신은 51%가 일치하니, 나머지 49%만 채우면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하다’는 객관적 수치가 ‘김부장’ 같은 이들에게 다시 시작할 실질적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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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걸리던 직무 설계 일주일에…“매출 100억 목표”
텔타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효율성이다. 조직 내 직무 체계를 설계하는 일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 총괄은 “과거에는 컨설턴트들이 투입돼 직무 체계를 만드는 데만 3개월이 걸렸지만, 텔타는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과 직무 모델을 AI로 단 일주일만에 도출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텔타는 매년 2~3배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으며, 3년 내 매출 1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텔타의 ‘피드백 리포트’가 제공하는 질적 차이도 강조했다. 전 총괄은 “단순 점수가 아니라 ‘어떤 역량이 부족하니 사내 A교육을 이수하라’는 식의 구체적 가이드가 담긴 10장 이상 리포트를 제공한다”며 “수백명 단위 진단에서 이런 개인화된 피드백을 사람이 수기로 작성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상위 20%가 아닌 ‘모두의 상향 평준화’
저성장 시대, HR의 패러다임도 변하고 있다. 그는 “과거엔 ‘똘똘한 20%가 조직을 먹여 살린다’는 파레토 법칙을 맹신해 핵심 인재만 관리했지만, 이제는 조직 전체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생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텔타를 도입한 한 H&B(헬스앤뷰티) 기업은 매장 스탭부터 본사 직원까지 수천 명 전원의 직무 역량을 정의했다. 전 총괄은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전사 단위의 맞춤형 역량 체계를 AI와 내·외부 데이터 기반으로 성공적으로 구축한 케이스”라고 분석했다.
AI 시대에 인사 담당자들의 역할도 달라졌다. 전 총괄은 “지금까지 HR 담당자들은 평가표를 취합하고 엑셀을 돌리는 운영 업무에 지쳐 정작 중요한 고민을 못했다”며 “단순 반복 업무는 AI에 맡기는 대신 ‘우리 회사가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어떤 인재가 필요한가’를 고민하고 경영진에 데이터로 확신을 주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주변 수많은 ‘김부장’에게 따뜻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AI가 직업을 없앤다고 공포를 갖기보다 나를 설명할 수 있는 도구가 늘어났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며 “경험은 사라지지 않으니 데이터라는 나침반을 통해 그 경험을 새롭게 조립할 기회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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