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거친 겉모습과 달리, 겨울철 더부룩한 속을 달래주는 산나물이 있다. 바로 강원도 고지대에서 자란 ‘곤드레’다. 활동량이 줄어 소화가 더디고 체중이 늘기 쉬운 요즘 식탁에 올리기에 알맞다. 제철에 수확해 말린 곤드레는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다. 투박한 생김새와 딴판으로 식감이 부드럽고 맛이 구수해 장과 혈관 기능을 돕는 든든한 식재료로 꼽힌다.
거친 산바람 견딘 ‘고려엉겅퀴’
우리가 흔히 부르는 ‘곤드레’는 강원도 지역에서 쓰던 사투리이며, 식물도감에 등재된 정식 명칭은 ‘고려엉겅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엉겅퀴류에 속하지만, 가시가 억센 일반 엉겅퀴와 달리 잎이 부드러워 식용으로 알맞다.
이 나물은 주로 강원도 정선과 평창 등 해발 700m가 넘는 산간 지역에서 스스로 자란다. 거친 바람과 큰 일교차를 견디며 자란 곤드레는 맛이 깊은 특징이 있다. 수확 시기는 보통 5월에서 6월 사이다. 이때 꽃이 피기 전의 부드러운 잎과 줄기 부분을 채취해 식용으로 쓴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식감이 억세고 질겨져 나물로 먹기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먹을거리가 부족하던 시절 쌀을 아끼려 밥에 섞어 양을 늘려 먹던 나물이었으나, 지금은 필수 영양소와 미네랄이 풍부한 식재료로 평가받는다. 수확 후 바로 삶아 말린 ‘건 곤드레’는 오래 보관할 수 있어 싱싱한 채소를 구하기 힘든 겨울철에 요긴하게 쓰인다.
소화 돕고 간 기능 높여
곤드레는 맛뿐만 아니라 영양학적 가치도 우수하다. 우선 식물성 단백질 함량이 높아 육류 섭취를 줄이려는 사람에게 훌륭한 단백질 공급원이 된다. 또한 뼈와 근육을 이루는 칼슘, 인, 철분이 골고루 들어 있어, 뼈가 약해지기 쉬운 중장년층의 골격 유지와 빈혈 예방에 도움을 준다.
소화기와 혈관 관리에 이로운 성분도 놓칠 수 없다. 곤드레의 줄기와 잎에 포함된 식이섬유는 장 속에서 물기를 빨아들여 부피가 커지는 성질이 있다. 이렇게 불어난 식이섬유는 장을 자극해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하고 몸속 노폐물 배출을 돕는다. 또한 소화 과정에서 당이 흡수되는 속도를 늦추고 핏속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기능이 있어, 고지혈증 같은 혈관 질환을 막는 데 좋다.
비타민 성분인 베타카로틴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곤드레 속 베타카로틴은 몸속에서 세포를 늙고 병들게 하는 활성산소를 없애는 기능을 한다. 이는 암세포가 생기는 것을 막고 면역력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된다. 몸에 흡수되면 비타민 A로 바뀌어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도 있다.
들기름과 볶으면 흡수 잘 돼
곤드레는 주로 밥에 넣어 ‘곤드레밥’으로 지어 먹는다. 말린 곤드레를 물에 충분히 불려 삶은 뒤, 물기를 짜고 쌀 위에 얹어 밥을 지으면 된다. 조리할 때는 참기름보다 들기름을 쓰는 편이 낫다. 들기름은 곤드레의 고소한 맛을 살려줄 뿐만 아니라, 곤드레 속 기름에 잘 녹는 비타민 A가 몸에 잘 흡수되도록 돕기 때문이다. 밥 외에도 된장국에 넣거나 생선조림 밑에 깔아 조리하면 비린내를 잡고 맛을 깊게 만들 수 있다.
다만 먹을 때 주의할 점이 있다. 곤드레는 기본적으로 차가운 성질을 지닌 식물이다. 평소 몸이 차거나 소화 기능이 떨어져 설사를 자주 하는 사람은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지 않아야 한다. 이를 보완하려면 조리할 때 마늘이나 파, 고추, 양파 등 따뜻한 성질을 지닌 재료를 곁들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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