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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민하 기자] 미국 정부가 무비자 여행 허가(ESTA) 신청 시 최근 5년간 SNS 계정은 물론 10년간 사용한 이메일 정보까지 제출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한국 여행객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지난 10일(현지시각) 한국·영국·일본 등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가입 42개국 국민이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를 신청할 때 최근 5년간 사용한 SNS 계정 정보와 지난 10년간 사용한 이메일 계정도 제출하도록 하는 규정을 예고했다. 이번 공지는 미국 연방관보를 통해 게재됐으며, 60일간 의견 수렴을 거친 뒤 예산관리국(OMB) 승인을 받아야 실제 시행이 가능하다. 의견 제출 마감은 내년 2월 9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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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을 계획 중인 한국인 사이에선 당혹감과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 로스앤젤레스(LA)로 여행을 떠날 계획인 대학원생 이모 씨(30)는 “미국이 공산주의 국가냐, 중국보다 더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미국 여행을 고민 중이던 직장인 정모 씨(26)도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가장 중시하는 나라 아니었냐”며 “한·미는 동맹국가인데 왜 사생활 검사까지 하냐”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향후 SNS 계정 제출이 의무화될 경우를 대비해 공개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좋아요 기록을 삭제하고 미국 관광청 SNS를 팔로우하라는 등 검열 회피용 우회법이 공유되고 있다.
이번 ESTA 규정 강화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강력한 국경 통제 기조가 구체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미 지난 9월 30일 ESTA 신청비를 기존 21달러에서 40달러로 약 2배 인상한 바 있다. 비자면제프로그램 대상 국가 국민이 관광·비즈니스·경유 목적으로 미국 입국을 신청할 때 모두 인상된 비용이 적용된다.
미국여행협회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협회는 지난 15일 성명을 내고 “비자면제프로그램을 이용해 미국에 들어오는 여행객들의 소셜미디어 이력을 확보하려는 CBP의 최근 발표를 깊이 우려한다”라며 “이 정책이 미국 여행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냉각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여행객의 방미(訪美) 심리도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미국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매달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인 구금 사태가 불거진 9월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3.5% 급감했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미국을 방문한 한국인은 총 13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44만 명과 비교해 5.5% 줄었다.
한국 여행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여행사들은 내년 2월 이후 출발하는 미국 여행 상품을 예약한 고객에게 ESTA 변경 규정을 안내하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한국인 구금 사태’, 높아진 환율, ESTA 비용 인상 등 악조건이 겹치면서 미국 여행 예약률이 전년 대비 약 10% 낮아졌다”며 “이번 조치로 미국 여행 약세가 심화한다면 그 수요가 캐나다, 호주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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