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수동의 한 로봇 스타트업 본사에서 시각장애인의 이동권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시작됐다. 인공지능(AI) 로봇 기술 전문 기업 엑스와이지(XYZ)가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와 손을 잡고 실내 안내 지원 로봇의 실효성을 직접 검증하기로 한 것이다.
엑스와이지는 지난 12월 19일, 성수동 본사에서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와 ‘시각장애인 이동 편의 향상을 위한 실내 안내 지원 서비스 로봇 실증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력은 그동안 '보여주기식'에 그쳤던 일부 로봇 기술들의 한계를 넘어서, 실제 시각장애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안내 서비스를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그동안 실내 자율주행 로봇은 카페나 식당에서의 서빙, 혹은 단순 물류 배송에 집중되어 왔다. 그러나 복잡한 실내 구조물과 유동 인구가 많은 환경에서 시각장애인을 안전하게 안내하는 기술은 난도가 매우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엑스와이지는 이번 협약을 통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에 실제 사용자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두 기관은 서비스 기획 단계부터 함께 머리를 맞댄다. 실증 평가와 사용자 사용성 검증까지 전 과정을 단계적으로 협력하며, 실제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불편함을 데이터화하여 로봇의 경로 안내 및 공간 인식 알고리즘에 적용할 방침이다.
엑스와이지는 실내 환경에 최적화된 서비스 시나리오를 설계하고, 테스트에 필요한 기술 자료와 장비, 환경을 제공한다.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는 실제 시각장애인 당사자들이 평가단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돌발 상황이나 접근성 개선에 필요한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을 두고 로봇 기술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포용적 기술'로 진화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히 로봇이 장애물을 피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와 어떻게 인터랙션(상호작용)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느냐가 핵심이다.
황성재 엑스와이지 대표는 "특정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실험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의 경험을 통해 서비스의 실효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이번 협약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접근성과 포용성을 우선순위에 둔 로봇 기술을 통해 교통약자의 실질적인 이동 편의를 높이는 데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조형석 서울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 역시 기대감을 드러냈다. 조 회장은 "시각장애인을 기준으로 설계된 이동지원 기술은 결국 노약자나 임산부 등 모든 교통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보편적인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며 "현장의 생생한 요구가 반영된 실질적인 결과물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물론 과제도 남아 있다. 실내 안내 로봇이 실제 공공기관이나 대형 복합시설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 규정, 그리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번 실증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표준화된 안내 로봇 서비스 모델로 정착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엑스와이지는 이번 협력을 기점으로 경로 안내, 공간 인식 등 핵심 기능을 단계적으로 고도화해 나갈 예정이다.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단계를 지나, 실제 현장에서 '함께 걷는 파트너'로서 로봇의 가치를 증명해낼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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