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멸균 우유 수입량은 1만 7424톤(t)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대비로는 41% 증가한 수준이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EU산 우유 및 유제품에 대해 무관세(0%)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저렴한 가격을 바탕으로 수입산 멸균 우유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관세마저 철폐되면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국내산 우유의 경우 원유 가격 연동제와 생산비 상승 등 구조적인 고비용 체계로 인해 가격 경쟁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저출생 등으로 우유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실제 국내 우유 소비량은 2021년 444만 8459kg에서 지난해 389만 4695kg으로 줄었다. 이 기간 1인당 소비량도 86.1kg에서 76kg으로 감소했다.
유업계는 생존전략으로 ‘탈(脫) 우유’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내세우고 있다. 매일유업은 단백질 음료 ‘셀렉스’를 필두로 한 성인 영양식과 어메이징 오트 등 식물성 음료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또 자회사 엠즈씨드를 통해 커피 브랜드 ‘폴바셋’ 등 외식 브랜드 운영 및 엠즈베버리지를 통해 일본 맥주 브랜드 ‘삿포로’를 전개하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우유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이 높은 건강기능식품과 외식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해 종합 식품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남양유업 역시 단백질 브랜드 ‘테이크핏’ 확대와 건강기능식품 라인업 강화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카페 프랜차이즈 ‘백미당’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커피·아이스크림 등 외식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반면 업계 1위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국산 우유의 본질적인 가치를 높이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수입산이 따라올 수 없는 ‘신선함’과 ‘기능성’을 강조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우유는 최근 ‘A2 우유’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진행 중이다. 소화 불편감을 줄여주는 A2 단백질 우유를 통해 수입 멸균 우유와 차별화된 고품질 제품 시장을 형성하겠다는 것. 서울우유는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원유를 A2 원유로 교체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무관세 도입은 국내 유업계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저가 수입산에 맞서 브랜드 파워와 기능성으로 승부할 것인지, 아니면 신사업에서 해답을 찾을 것인지에 따라 업체별 희비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