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법무부 웹사이트에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 중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진을 포함한 일부 파일이 피해자들의 우려로 삭제됐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토드 블랜치 미 법무부 부장관은 삭제 조치가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됐다는 비판을 부인하며, 트럼프가 포함된 사진에는 여성들의 얼굴이 가려지지 않은 이미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19일 미성년자 성착취범 고(故) 제프리 엡스타인 수사 관련 문서가 공개됐지만, 이 중 최소 13개 파일은 다음 날인 20일 아무런 설명 없이 웹사이트에서 사라졌다.
미국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사진 삭제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또 무엇이 은폐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미 법무부는 21일 X(구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는 사진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추가 조치 가능성"을 이유로 뉴욕 남부연방검찰청의 검토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또 법무부는 "과도한 주의 차원에서" 추가 검토를 위해 해당 사진을 일시적으로 삭제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이어 "해당 사진에 엡스타인 피해자가 등장한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해 어떠한 수정이나 가림 처리 없이 다시 게시됐다"라고 밝혔다.
해당 사진은 21일 이른 시간 웹사이트 링크를 통해 복원됐지만, 다른 파일들은 21일(현지시간) 저녁 기준으로 아직 사이트에 복구되지 않았다.
블랜치 차관은 사진이 트럼프 대통령 때문에 삭제됐다는 주장에 "웃기는 이야기"라고 말하며 "트럼프 대통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미국 NBC 뉴스에 밝혔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과 함께 있는 사진은 이미 수십 장이 공개됐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이유로 단 한 장의 사진을 내렸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라고 덧붙였다.
블랜치는 일부 파일이 삭제된 이유로 뉴욕의 한 판사가 "피해자 혹은 피해자 권리 단체가 우려를 제기할 경우 이를 경청하라고 명령했다"라는 점을 들며 "금요일 공개된 뒤 여러 장의 사진이 내려갔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엡스타인과 관련해 어떠한 '부적절한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고 일관적으로 부인해 왔으며, 엡스타인 사건 피해자들로부터 범죄 혐의로 고소되지 않았다. 또 아직 삭제된 사진들이 부적절한 행위나 위법 행위를 시사한다는 정황은 없다.
엡스타인과 관련된 사진과 영상, 수사 파일 등을 담은 법무부 문건은, 미국 의회가 19일까지 전면 공개를 의무화하는 '엡스타인 파일 투명성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공개를 앞두고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 법무부는 법으로 정해진 기한인 19일까지 모든 파일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고 있다.
파일 공개를 주도한 토머스 매시 미국 켄터키주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응에 실망감을 표하며 자신의 초점은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그는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의회의 고유 권한에 따른 '모욕권(contempt charges)' 절차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모욕권은 의회의 고유 권한으로 의회의 요구(증언, 자료 제출)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자체 권한으로 비협조적 인사를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의미한다.
매시 의원은 21일 CBS 뉴스에 "그들은 법의 취지와 문구를 무시하고 있다"라며 "그들이 취하고 있는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고, 생존자들이 만족할 때까지 나는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삭제된 파일 중에는 엡스타인의 자택에 있는 한 책상을 보여 준다. 열린 서랍 안의 여러 사진 중 한 장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 그리고 엡스타인의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기슬레인 맥스웰이 함께 찍힌 사진이 보인다. 책상 위에는 액자 사진들도 보인다.
사라진 파일 10장에는 동일한 방으로 보이는 장면을 담고 있다. 천장에 구름이 그려진 작은 마사지실로, 갈색 무늬 벽지에는 다수의 누드 이미지가 붙어 있다. 일부는 사진으로 보이며 일부는 예술 작품으로 추정된다.
벽에 걸린 여성들의 얼굴 대부분은 가려져 있다. 하지만 한 파일에서는 가려진 얼굴이, 다른 세 개 파일에서는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또 다른 여성의 얼굴은 모든 파일에서 가려지지 않은 채 남아 있으며, 동일 인물로 보이는 그림도 보인다.
하원 감독위원회 민주당 의원들은 20일 파일 삭제에 의문을 제기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하는 해당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고, 해당 사진이 삭제된 것이 맞는지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물었다.
위원회는 "또 무엇이 은폐되고 있느냐"라며 "미국 대중을 위해 투명성이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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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삭제는 미국 정부와 '엡스타인'파일을 둘러싼 의혹과 불신이 커지는 시점에 발생했다.
19일에 공개된 문건들은 법무부에 해당 문건을 강제 공개한 미국 의회의 입법 조치에 따라 세상에 드러났다.
법무부는 일부 조건을 전제로 의회의 문건 공개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엡스타인 피해자의 개인 식별 정보, 아동 성 학대가 묘사된 파일, 신체적 학대가 담긴 파일, "진행 중인 연방 수사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기록", 그리고 "국방이나 외교 정책 보호를 위해 비밀로 유지"해야 하는 기밀문서는 가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개된 문서 상당수는 대폭 가려진 상태였다.
엡스타인의 범죄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기소 결정과 관련된 법무부 내부 메모 등도 포함되지 않았다.
추가 취재: 알리슨 벤자민, 베네딕트 가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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