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딥테크 액셀러레이터(AC) 시장의 맏형격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이하 블루포인트)가 대규모 자본 확충에 성공하며 글로벌 시장을 향한 본격적인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 단순히 투자금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일본과 미국 시장을 잇는 강력한 전략적 파트너를 우군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블루포인트는 초기 투자 고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총 1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라운드에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법인인 A홀딩스 산하 'LY 주식회사'(LY Corporation)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인 제트벤처캐피탈(ZVC)과 글로벌 헬스케어 강자 인바디가 각각 50억 원씩 참여했다. 구체적인 기업가치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시장에서는 블루포인트의 기술 선구안과 사업화 역량이 높게 평가받은 결과로 보고 있다.
이번 투자의 핵심은 단순한 ‘돈’이 아닌 ‘네트워크’에 있다. ZVC는 일본 최대 메신저 라인과 포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LY 주식회사의 투자 조직이다. 블루포인트는 ZVC가 보유한 일본 및 미국 현지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소속 포트폴리오사들의 글로벌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방침이다.
국내 딥테크 스타트업들의 고질적인 한계로 지적되어 온 ‘내수 시장의 한계’와 ‘해외 진출의 높은 문턱’을 파트너십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ZVC 역시 한국의 독보적인 기술 기업을 발굴해 일본 시장에 이식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어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투자자인 인바디와의 협업도 주목할 만하다.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에서 확고한 인프라를 갖춘 인바디는 블루포인트와 함께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의 혁신을 가속화한다. 대기업의 자본·인프라와 스타트업의 기민한 실행력을 결합하는 ‘액셀러레이팅’ 방식을 도입해 시장 탐색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블루포인트는 그간 핵융합, 양자컴퓨팅, 방산 AI 등 일반적인 VC들이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고난도 기술 분야에 집중해 왔다. 이미 LG전자, HD현대일렉트릭,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과 협업하며 검증받은 ‘기술 사업화 노하우’를 이번에는 인바디와 함께 바이오 영역에서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블루포인트는 2014년 설립 이후 토모큐브, 인벤티지랩 등 400여 개 기업에 투자하며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쌓아왔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선정한 ‘창업가 선호 AC’ 1위를 2년 연속 차지할 만큼 현장의 신뢰도 두텁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딥테크 투자는 특성상 회수(Exit) 기간이 길고 기술 장벽이 높아 리스크 관리가 까다롭다. 이번에 확보한 100억 원의 실탄이 실제 포트폴리오사들의 '글로벌 상장'이나 'M&A'라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황인준 ZVC 대표는 "블루포인트는 딥테크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파트너"라며 한국 기술 기업의 글로벌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이용관 블루포인트 대표는 "지난 10년의 전문성을 재차 인정받은 결과"라며 "ZVC, 인바디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도약을 이끌겠다"고 화답했다.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은 블루포인트가 침체된 벤처투자 시장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지, 그리고 이들이 키워낸 ‘K-딥테크’가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 업계의 긴장 섞인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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