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K리그1과 K리그2 감독 이동이 대략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개별 구단의 판단은 하나하나 합리적이다. 그러나 모아놓고 보면 K리그는 또 우물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강팀의 감독 교체가 유독 많은 올해 K리그의 선임 스토리가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정효 감독이 광주FC를 떠나 수원삼성으로 가는 건 기정사실로 취급되고 있다. 전북현대는 정정용 전 김천상무 감독, 울산HD는 구단 레전드인 김현석 전 전남드래곤즈 감독, 제주SK는 한국 대표팀 수석코치 출신 세르지우 코스타 감독 등이 거론된다. 그밖에 감독을 구해 온 K리그1, 2 구단들도 대부분 선임 방향을 잡고 추진 중이다.
각 구단의 선택은 충분히 일리가 있다. 정정용 감독은 한국 남자축구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최고 성적인 U20 월드컵 준우승, 김천상무에서 보여준 K리그 호성적을 볼 때 강팀에 도전할 만한 외적 조건을 갖췄다. 김현석 감독은 짧은 시간 동안 K리그2에서 두 팀을 맡으며 친정으로 돌아갈 자격을 보여줬다. 그밖의 1, 2부에서 감독을 찾아야 하는 팀들도 각자 사정에 맞는 한국인 감독들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반적인 양상을 보면, K리그 구단들의 선택 방향은 다시 한 번 ‘장점이 분명한 감독에 대한 도전적 선택’보다 ‘단점이 적은 감독에 대한 안정적인 선택’으로 흐름이 잡혔다. 올해 거스 포옛 감독이 전북을 강등권에서 우승으로 끌어올리며 외국인 감독 선임 효과를 분명히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내년 외인 사령탑은 K리그1, 2 통틀어 2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타 제주 감독과 신생팀 파주프런티어FC의 제라드 누스 감독이다. 둘 다 국내 경험이 있는 '지한파' 감독이다.
한국과 가장 사정이 비슷한 지난해 J1리그 20팀 중 외국인 감독을 기용한 팀은 5팀이었다. 일본 문화와 이질감이 없는 한국계 재일교포 감독들을 제외한 숫자고, 위 5팀은 모두 유럽 감독을 기용했다.
외국인 감독 만능론이 아니라, 그 반대로 한국은 이상할 정도로 외국인 감독이 적은 리그라고 봐야 한다. 여전히 각 구단이 한국 적응 실패 등 리스크부터 생각하면서 도전적인 선택을 꺼리는 것이 이런 경향을 만든다. 특히 축구인들이 입 모아 ‘이웃 일본을 배워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일본 감독이 K리그 역사상 하나도 없었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역대 J리그에 한국인 감독이 두 명 있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구단 관계자들은 “사실 오래전부터 국내 감독풀이 한정적이라 일본인 감독들을 고려했다. 그러나 전례가 없어 부담스럽다”며 ‘1호가 될 순 없어’라는 심리로 선임을 꺼린다고 말하기도 한다.
최근 외국인 성공 사례인 포옛 감독은 카리스마 있는 외국인 감독을 선임했을 때 팀의 정신력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줬다. 전술이 특이하진 않아도 피지컬 트레이닝 등 외국인 감독이 다른 K리그 구단들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러나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개별 감독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 어느 정도의 다양성은 한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위해 중요한 조건이다. 다양성을 잃은 생태계는 갈라파고스화되다 결국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이미 그 현상이 진행 중이던 K리그는 올해 포옛의 성공 사례로 흐름을 바꿀 계기를 맞았지만, 변화는 일어나지 않은 듯 보인다.
국내 감독에 대한 시각에서도 도전적이기보다 보수적인 경향이 보인다. 이정효 감독이 수원 부임으로 기운 건 수원이 그만큼 적극적이었던 이유도 있지만, 다른 명문 구단들이 수원만큼 적극적이었다면 그 팀이 더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분명 '이정효에 올인'하는 팀이 다수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성과였는데 여러 구단이 후보 선상에 올려둘 뿐 미적지근하게 굴었다. 이 감독의 장점을 인정하면서도 여러 이유로 위험부담을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한결같이 사단 동행을 요구했던 이 감독의 조건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결국 이 감독은 2부 수원으로 향했다. 1년 만에 승격을 이룬다 해도, K리그 정상급 선수단과 결합한 이정효 축구가 어떤 모습인지 볼 기회가 지연됐다. 이미 2023년에 승격팀을 3위로 이끌며 돌풍을 일으킨 국내 감독이라면 바로 다음 해에 K리그 최강팀이 강한 러브콜을 보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광주 외의 K리그1 팀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려면 그때부터 최소 3년을 기다려야 한다. 덕분에 수원은 명가 재건의 큰 기회를 잡았다.
국내 감독을 평가할 때 결과가 아닌 내용을 보지 않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독일 명문 바이에른뮌헨은 비록 차선책이긴 했지만 잉글랜드 1부 강등 감독이었던 뱅상 콩파니를 모험적으로 선임했고, 전술과 리더십 모두 뛰어난 감독임이 입증됐다. K리그에서도 강등되긴 했지만 지도력에서 호평 받은 감독들이 있는데 이들이 타 구단의 러브콜을 받지 못한다.
사진=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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