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38·부천 하나은행)이 601번째 코트를 밟는 순간, 여자프로농구 역사서의 한 페이지가 새로 채워졌다.
기록보다 ‘끝’을 먼저 떠올린 베테랑은 그렇게 자신의 방식으로 새 역사를 완성했다.
김정은은 21일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BNK금융 2025-2026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 아산 우리은행과 경기에서 1쿼터 종료 4분12초 전 교체 투입되며 개인 통산 601번째 출전을 기록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그는 WKBL 최다 경기 출전 단독 1위에 올랐다.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 김정은의 시선은 의외로 담담했다. 그는 “601경기를 뛰었다는 생각보다는 이제 19경기밖에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결심한 만큼, 숫자보다 남은 시간을 더 또렷이 바라보고 있었다.
김정은은 2005년 신세계 쿨캣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한 이후 20년 가까이 코트를 지켜왔다.
팀의 변화와 환경의 굴곡 속에서도 그는 한결같았다. 신세계 시절을 지나 하나은행 창단 멤버로 활약했고, 우리은행으로 이적해 우승을 경험한 뒤 다시 친정팀 하나은행으로 돌아왔다.
지난 시즌까지 통산 590경기를 소화했고, 올 시즌 들어서도 팀이 치른 모든 경기에 출전하며 결국 ‘601’이라는 숫자에 도달했다.
김정은은 “신세계 때부터 하나은행 창단, 우리은행에서의 시간, 그리고 다시 돌아온 지금까지 모든 순간이 선명하다”며 “남은 경기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뛰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록 달성의 순간은 더 특별했다. 통산 600경기 출전으로 기존 공동 1위였던 임영희 우리은행 코치가 하프타임 행사에서 김정은에게 직접 꽃다발을 건넸다.
은퇴 결심에는 흔들림이 없다. 김정은은 “정말 잘 마무리하고 싶다”며 “하나은행에 와서 처음으로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것처럼, 이번에는 조금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고 싶다. 그것이 마지막 목표”라고 말했다.
601경기. 숫자는 하나의 기록이지만, 김정은에게는 농구 인생 전체를 관통한 시간의 무게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 마지막 장을 스스로 선택한 방식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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