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는 지난해 대만에 대한 중국의 침공을 가상한 워게임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오버매치’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가상 전쟁 시나리오에서 중국은 미국의 대만 지원을 위한 접근을 막기 위한 충분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가 24차례 실시한 인민해방군(PLA)의 대만 상륙 작전에 대한 모의 전쟁 게임의 결과와 유사했다.
CSIS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나리오에서 미국, 대만, 일본 연합군은 중국의 재래식 침공을 격퇴해 대만의 자치권을 지켜냈지만 대가는 매우 컸다.
◆ “美 모든 전략에 中 여러 가지 대비책 마련”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오버 매치’를 분석한 장문의 사설에서 달라진 미군의 위상과 대만을 둘러싼 미중 전쟁의 전망과 미군 개혁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보고서의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오버 매치’ 보고서는 “미군이 지난 80년간 자유 세계를 방어했으나 미군의 우위는 기울고 있으며 경쟁자는 이를 알고 미군을 패배시키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05년 중국의 미군 타격 능력은 미사일 부족으로 제한적이어서 미군은 대만을 방어할 수 있었으나 상황이 바뀌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에 미국의 첨단 무기가 대만에 닿기 전 파괴할 수 있는 충분한 미사일이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2027년까지 대만을 점령할 준비를 갖추도록 군대에 명령했다. 미국은 대만 침공에 대한 대응에 전략적인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는 다년간에 걸친 분석 보고서인 ‘오버매치 브리핑’을 작성했다.
국방부 군사력평가국이 작성해 지난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들에게 제출됐다.
이 보고서는 중국의 미국 전투기, 대형 함선, 위성 파괴 능력을 상세히 기술하고, 미군의 보급망 병목 지점을 파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달 이를 보고 “우리는 매번 패배했다”고 말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의 한 고위 국가안보 관료가 ‘오버 매치’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을 때 “우리가 준비한 모든 전략에 대해 중국은 여러 가지 대비책을 마련해 놓았다”고 말하고는 얼굴이 창백해졌다고 한 관계자가 전했다.
보고서는 미 국방부가 값비싸고 취약한 무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반면 적대국들은 저렴하고 기술적으로 앞선 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미국이 장기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능력이 수십 년에 걸쳐 쇠퇴해 왔음을 시사한다.
◆ “포드급 항공모함, 모의게임에서 종종 파괴”
NYT는 보고서가 틀릴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냉전 종식 후 거의 40년이 지난 지금 미국 군대는 세계적 위협과 혁신적인 기술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수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가정, 전술, 무기에 얽매인 군사 및 정치 지도자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2026년까지 국방비를 1조 달러 이상으로 늘리려 하지만 상당 부분은 우리의 강점을 강화하기보다는 약점을 더욱 부각시키는 데 낭비될 것이라는 것이다.
NYT는 미군이 가능한 한 전쟁을 억제하고 필요할 때는 승리할 수 있는 관련성 있고 효과적인 군대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10년이 넘는 건조 기간과 지연 끝에 2022년 첫 실전 배치된 최신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의 경우 베네수엘라처럼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약한 나라와 전쟁을 벌일 때는 효과적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음속의 5배 속도로 이동할 수 있고 요격하기 어려운 극초음속 무기 약 600기를 축적한 중국에 대해서는 효과가 의문이라고 했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항공모함을 격침시킬 수 있는 저소음 디젤-전기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오버매치 보고서의 모의 전쟁에서도 포드급 항공모함 같은 함선은 종종 파괴되지만 미 해군이 향후 수십 년 동안 최소 9척의 포드급 항공모함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미국은 극초음속 미사일은 단 한 발도 실전 배치하지 못했다.
◆ 구식 전쟁 방식 의존은 의회와 정부의 관성 때문
공화당과 민주당을 막론하고 역대 정부들이 왜 계속해서 구시대적인 전쟁 방식에 투자해 왔을까.
한 가지 이유는 의회와 국방부의 관성 때문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무기 체계에 자금이 흘러가는 경로는 매우 복잡해 바꾸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1990년대 초 51개였던 대형 방위산업체가 현재 5개로 줄어든 과점 체제를 구축해 국방부에 기존 함선, 항공기, 미사일의 개량형을 더욱 비싼 가격으로 판매하는데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군사 문화도 한 요인이다. 고위 장교들은 자신이 경력을 쌓아온 기술과 전술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2020년 당시 해병대 사령관 데이비드 H. 버거 장군이 수송과 유지가 어려운 전차를 없애고 중국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경량의 기동력 있는 부대를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강력한 내부 저항에 부딪혔다.
포탄, 함선, 항공기와 같은 전통적인 무기는 미래 전쟁에서도 여전히 중요하겠지만 미국 방위산업은 이러한 무기를 대규모로 신속하게 생산할 능력을 상실한 것도 문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이 넘어가면서 미국은 수요를 충족할 만큼의 패트리어트 미사일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NYT는 중국의 산업 역량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이 자원을 모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오버 매치’ 보고서는 미국의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해서는 막대한 신규 예산보다 어디에 투자하는 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 “보고서, 미국의 불안감 반영한 것”
대만 해군 중령 출신 루리시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인터뷰에서 “미 국방부 평가에 포함된 모의 전쟁이 신뢰할 만하고 CSIS 등 미국 싱크탱크가 실시한 유사한 모의 전쟁보다 더 정확해 보인다”고 말했다.
루리시는 “중국은 지역 봉쇄 능력을 개발하고 있으며 PLA는 다양한 소위 항공모함 킬러 무기를 포함해 외부 간섭에 대응할 수단을 갖추고 있다”며 “중국 항공모함은 미국이 제 2열도 너머로 진출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군사분석가 푸첸샤오는 이번 평가가 미국 학자들과 전략 전문가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푸 분석가는 “이미 사실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며 “미국이 대만에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그 결과는 중국 본토 바로 앞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햇다.
그는 “중국 인민해방군은 수년간 접근 거부/지역 거부(A2/AD) 능력을 강화해 왔으며, 이제 그곳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만 공군 예비역 중장 장옌팅은 항공모함의 전략적 가치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포드급 항공모함을 제1열도 내에 배치할 경우 여러 공격 경로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특히 PLA의 DF-26 대함 미사일 같은 무기가 항공모함의 ‘천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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