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효성중공업 성남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고를 둘러싸고 현장 안전관리 부실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 자격이 없는 용역 신호수가 고위험 해체 작업에 투입되고 안전대 착용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 작업이 이뤄진 정황이 드러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해당 현장은 이전부터 추락 위험과 안전수칙 위반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온 곳으로 “예견된 사고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 “신호수를 불러다 난간 해체시켜”…비전문 인력 동원 논란
화엄토건 소속 근로자들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장 추락 사고로 중상을 입은 A씨는 상시 근로자가 아닌 용역 형태의 신호수·화기감시 인력이었다. A씨는 평소 장비 주변 출입 통제와 화재 위험 감시를 담당해 왔으나 사고 당일에는 약 3m 높이에서 안전난간 해체 작업에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안전설비 담당 근로자는 “신호수 업무를 하던 사람을 별도의 전문 교육이나 자격 확인 없이 난간 해체에 투입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난간 해체는 숙련과 위험 관리가 필수적인 작업인데 이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관리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고용노동부 지침에 따르면 신호수나 화기감시자는 본연의 안전 감시 업무 외 다른 공정에 동원돼서는 안되며 해체 등 고위험 작업은 관리감독자의 지휘 아래 수행돼야 한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은 비계공사 및 시스템 동바리 작업을 특별안전보건교육 대상 공종으로 규정하고 기능사 이상 자격을 갖춘 근로자가 관련 교육을 이수한 뒤 작업에 투입되도록 하고 있다.
단기간·간헐적 작업이라 하더라도 최소 2시간 이상의 특별안전교육을 선행해야 하지만 사고 당시 작업에 투입된 근로자는 관련 자격이 없는데다 해당 특별교육도 이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자격 없는 근로자를 아무런 안전교육 없이 고위험 공종에 투입했다’는 지적이 현장에서 제기되고 있다.
◆ “안전대도 안 찼다”…고질적 추락 위험 방치
사고 당시를 목격한 안전패트롤 요원은 “근로자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채 난간을 해체하고 있었다”며 “안전대 미착용 문제는 이 현장에서 반복돼 온 고질적 문제”라고 증언했다. 그는 “자격 검증 없이 인력을 투입하는 구조 자체가 상시적인 추락 위험을 만들고 있었다”고 말했다.
성남 중1구역 현장은 이전부터 지역 시민안전감시단과 노동 단체로부터 추락 위험과 안전수칙 위반을 지속적으로 지적받아 왔다. 감시단이 공개한 영상에는 안전대 없이 펜스 상단에서 작업하거나 굴착기 상부에서 인력이 동시에 작업하는 장면 등 위험한 작업 모습이 다수 담겨 있다.
감시단 관계자는 “3년 넘게 같은 유형의 안전보건규칙 위반이 반복됐다”며 “원청과 하청 모두 수차례 경고를 받았지만 개선되지 않았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노동·안전 전문가들 역시 이번 사고와 관련해 산안법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사업주는 높이 2m 이상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하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포함한 개인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 작업발판이나 추락방호망 설치가 곤란한 경우에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시키는 등 추가적인 추락방지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난간 해체 작업 당시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져 보호구 지급·착용 관리 의무를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약 3m 높이에서 추락해 얼굴과 목, 갈비뼈 등을 다치는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경추와 흉부 골절이 동반돼 장기적인 후유장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과거 사고에도 ‘안전 백년기업’ 구호만 반복
효성중공업은 과거 창원공장 등에서 지게차·중량물 관련 사망 사고 이후에도 산재 대응 부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룹 차원에서 ‘안전 백년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기본 안전수칙 미준수와 관리감독 부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본지는 ‘안전ON 위험OFF’ 기사를 통해 효성중공업 현장의 고소 작업 안전대 미착용, 불충분한 방호 조치, 관리 부실 문제를 지적하며 “현장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사고는 이와 같은 경고가 현실이 된 사례다.
노동계는 “근로자 투입 지시 라인, 작업 전 위험성 평가, 작업허가서 이행 여부가 이번 조사에서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며 “사고 원인과 책임 구조를 명확히 밝혀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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