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대주주 심사 면제…저축은행업권 구조조정 속도 붙나

서울 시내의 한 저축은행. [사진=뉴시스]

【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저축은행을 인수한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면제되면서 저축은행업권의 건전성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PF 부실과 함께 양극화가 심화된 상황에 놓인 저축은행업권의 자율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다. 

22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4221억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 PF 매각 등 적극적 정리로 3분기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0.63%포인트 개선된 6.90%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전체 자산건전성을 회복 중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NPL)은 8.79%(전분기 9.49%→0.70%포인트↓), 기업대출 연체율은 1.25%포인트 내린 9.57%,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15.67%로 나타나며 전체적 실적은 개선됐으나 수익 대부분이 상위권 저축은행에 집중됐다는 문제가 있다. 

자산규모 상위 10개사(SBI, OK, 한국투자, 웰컴, 애큐온, 신한, DB, JT친애, 디올, 하나)의 순이익은 2860억원으로 전체의 67.8%에 달했다. 이중 상위 5개사(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가 전체 순익의 58%를 차지한 상황이다.​ 

상위권 저축은행 대부분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위치해 안정적 수익을 내는 반면, 부동산 PF 부실이 더 심각한 지방 기반 중소형사는 건전성 격차가 뚜렷하다. 예금보험공사의 저축은행업권 주요 경영지표 현황(11월 말 기준)에 따르면 지방 저축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최대 23.6%(충남)로 서울권 평균(9.07%)의 2배를 훌쩍 넘긴 수준이다. 

전체 업권 연체율은 6.9%, PF 대출 비중 25%에 달하며 예대율 85% 초과 업체가 15곳으로 총자산 198조원 규모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금융위는 오는 23일부터 시행되는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으로 금융지주회사의 기존 감독 체계를 인정해 초기·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전면 면제한다. 이는 심사 준비 비용(자료 정리·감사·자문)과 미충족 시 주식 처분·매각 리스크를 없애 인수 유인을 높이는 조치다. 

이번 면제는 지방·부실 저축은행에 매각 출구를 열어 PF 부실 처리를 앞당길 전망이다. 인수 시 그룹 편입으로 조달비용 인하·리스크 관리 개선 효과 역시 기대되고 있다. 

저축은행업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이미 가지고 있는 은행 쪽보다는 증권이나 보험지주 쪽에서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금융기관 중에서 개인 소유가 가능한 유일한 곳이 저축은행인데, 자본력 있는 대주주가 들어와 업권의 자본 건전성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국대 경영학과 윤선중 교수는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저축은행 업권은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인수나 M&A가 활성화되거나 허들이 낮아질 필요가 있어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적격성 심사 면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금융경제연구소 조혜경 소장은 “부동산 PF 부실 등의 문제로 저축은행업권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로 시급하게 규제를 풀어주는 건 자격요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희망자들에게 저축은행을 넘겨주는 격”이라며 “아무나 은행의 주인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