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 등 지정…역사·문화적 가치 인정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400년 역사를 품은 전남 보성의 고택, 정교하게 만든 조선 후기 갑옷 등이 국가유산이 됐다.
국가유산청은 '보성 봉강리 영광정씨 고택'과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을 각각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영광정씨 고택은 정손일(1609∼?)이 봉강리에 처음 터를 잡은 이래 400여년간 이어져 온 곳으로, 호남지역 민가의 특징이 잘 남아있다.
집터는 예부터 좋은 땅, 이른바 길지(吉地·풍수지리에서 후손에게 장차 좋은 일이 많이 생기게 된다고 여긴 묏자리나 집터)로 여겨졌다.
특히 도선국사(827∼898)가 설명한 '영구하해'(靈龜下海·신령스러운 거북이가 바다로 내려오는 형국) 중 거북 머리에 해당한다고 여겨 고택을 '거북정'으로 부르기도 했다.
건물은 안채, 사랑채, 사당 등 총 6동으로 이뤄져 있다.
주변에는 일제강점기 한학을 공부하는 서당이자 손님을 맞고, 제실(祭室·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집) 역할을 한 삼의당(三宜堂) 등이 있다.
국가유산청은 "일제강점기 항일 운동 및 근대기의 민족 운동, 해방 후 이데올로기 사건 현장을 담고 있어 역사적·사회적 가치가 큰 유산"이라고 설명했다.
온양민속박물관이 소장한 갑주(甲胄)는 갑옷과 투구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갑옷은 화살이나 창검을 막기 위해 쇠, 가죽 등으로 만든 미늘을 붙여 제작한 옷이며 투구는 무기로부터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모자를 뜻한다.
이번에 지정된 유물은 1975년 박물관 개관을 준비할 당시 설립자인 구정 김원대(1921∼2000) 선생이 지인의 집안에 전해오던 것을 산 것이다.
19세기 후기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부속품까지 온전히 남아 있어 가치가 크다.
붉은빛이 감도는 갑옷은 조선 후기에 제작된 전형적인 두루마기형 전갑(氈甲·모직물 등으로 만든 갑옷) 형태로, 활동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소매가 짧고 양옆이 트여 있다.
겉에는 둥근 두정(頭頂·금속으로 만든 둥글납작한 장식)을 붙였고, 금속으로 만든 사조룡(四爪龍·발가락이 4개 달린 용), 호랑이, 여의주 장식을 달았다.
머리를 보호하는 투구, 투구와 갑옷을 각각 보관할 수 있도록 한 갑주함 등은 당대 정교하고 수준 높은 공예 기술을 보여줘 의미가 있다.
유물은 왕실 의장용이나 전시용으로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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