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쇼박스
구교환과 문가영이 초라하지만 뜨거웠던 20대를 지나 10년 만에 재회한 ‘옛 연인’으로 스크린에서 만난다. 31일 개봉해 겨울 극장가에 짙은 여운을 남길 영화 ‘만약에 우리’를 통해서다. ‘건축학개론’ 너의 결혼식 등으로 이어져 온 ‘첫사랑 멜로’의 계보를 잇는 이번 작품은 현실의 벽 앞에 무너졌던 평범한 청춘들의 연애사를 세밀하게 복기한다.
극 중 서로에게 단 하나뿐인 따뜻한 안식처였지만 혹독한 서울살이 앞에서 결국 이별을 선택하고 마는 연인을 연기한 구교환과 문가영은 모두가 서랍 속에 묻어두었던 옛 연인에 대한 기억과 ‘그때 우리가 만약에 달랐더라면’이라는 질문을 소환하며 깊고도 현실적인 공감을 이끌어낸다.
O“멜로로 스크린 첫 주연, 더욱 기뻐”
문가영은 아역으로 데뷔해 오랜 시간 연기를 이어온 만큼,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스스로 들뜨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영화 ‘만약에 우리’는 유난히 남다르게 다가온다고 했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스크린 주연작이다.
“그래서인지 시사회 전까지 너무 설레면서 무섭기도 했어요. 저는 중요한 일이 생길 때마다 꼭 다이어리를 쓰는데 ‘만약에 우리’ 시사회는 제 인생에서 ‘다이어리에 꼭 적어야 할 중요한 일’ 톱3 안에 들어갈 것 같아요.”
장르물이 주를 이루는 최근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멜로 장르로 스크린에 데뷔하게 된 점 또한 기쁘다고 했다.
“드라마로는 멜로 장르를 많이 해왔잖아요. 그래서 첫 영화만큼은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장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로맨스나 멜로는 당시 내 가장 예뻤을 때의 얼굴을 담을 수 있는 장르라서 좋아해요. 상대 배우가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면 관객들도 저를 더 사랑스럽게 바라봐주시는 것 같거든요.”
멜로 장르를 ‘상대 배우의 덕을 많이 받는 장르’라고 정의한 문가영은 그런 점에서 구교환을 최고의 상대 배우로 꼽으며 미소 지었다.
“교환 오빠의 재치와 순발력 덕분에 장면이 훨씬 풍성해진 순간이 많았어요. 함께 연기할 때마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참 많이 가진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해와서 저도 모르게 굳어진 습관 같은 게 있는데 그는 정말 자유롭고 유연하게 연기하는 게 부러웠어요.”
영화 ‘만약에 우리’ 스틸, 사진제공|쇼박스
문가영은 자신이 연기한 정원과 닮은 점이 많다며 “싱크로율이 80% 이상은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건축사라는 하나의 꿈을 향해 올곧게 달려가는 정원의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했다.
“저 역시 꿈에 대한 갈망이 큰 편이에요. 그 꿈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지만 그 노력을 굳이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점도 닮았죠. 10살 때 데뷔한 이후 단 한 해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이번 영화를 찍을 당시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몸이 많이 아팠어요. 그럼에도 연기를 하고 싶어서 드라마를 연달아 촬영하기도 했고요.”
문가영은 패셔니스타로도 주목받고 있다. 여러 패션 행사에서 파격적인 란제리 룩을 연이어 선보이며 큰 화제를 모았고 이를 통해 기존의 청순한 멜로 주인공 이미지를 벗어난 변신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어떤 이미지를 탈피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어요. 모두 제가 모델로 활동 중인 패션 브랜드의 룩이었고 모델로서 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는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패션뿐만 아니라 작품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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