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 1층. 의정부에서 왔다는 30대 여성 신혜원 씨는 앰플(고농축 미용액) 진열대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손에는 이미 ‘코아시스(Coasis)’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신 씨는 “겨울이라 수분 앰플이나 마스크팩 위주로 둘러봤는데, 찾던 기능성 제품이 꽤 많다”고 했다. 매장 안에는 신 씨와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고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고, 부부 동반 쇼핑객도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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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뷰티 편집숍’…올리브영과 다른 길
이곳은 현대홈쇼핑(057050)이 최근 문을 연 뷰티 편집숍 ‘코아시스’다. TV홈쇼핑 업체가 오프라인 뷰티 매장을 직접 운영하는 건 업계 최초다. 매장 규모는 150㎡(약 45평)로 120여개 브랜드, 800여종의 상품을 갖췄다. 3060 여성 주거 비중이 높은 남양주를 1호점 입지로 택했다. 오픈 이후 열흘간 일평균 방문객은 약 15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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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시스가 겨냥한 지점은 기존 뷰티 편집숍과 다르다. 1020세대 초저가 색조, 2030세대 트렌드 메이크업 중심의 매장 구성과 달리 기미·주름·탄력 등 피부 고민에 맞춘 기능성 스킨케어를 전면에 배치했다. 상품 구성에서 기초 스킨케어 비중이 60% 이상으로, 색조 비중은 5~10% 수준에 그친다. 매장 입구부터 립과 아이섀도를 전면 배치하는 올리브영의 구성과도 차이가 난다.
실제로 오픈 첫 주 판매 상위권은 기능성 스킨케어가 휩쓸었다. 1위는 코아시스 단독 출시 제품인 ‘자스더마 PDRN 리프팅 앰플’이다. 고농축 앰플을 150㎖ 대용량으로 구성해 9900원에 내놨다. 2위는 홈쇼핑 스테디셀러인 ‘AHC 골드 앰플’, 3위는 최근 TV 광고로 인지도를 높인 ‘세포랩 바이오제닉 에센스’였다. 20년 넘게 쌓아온 홈쇼핑 역량과 300여개 협력사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품종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현대홈쇼핑 측 설명이다.
◇단독 기획·초가성비…홈쇼핑식 정통 MD 힘
매장은 직관성을 살린 네 가지 구역(존)으로 나뉜다. 단독 기획 상품을 모은 ‘시그니처존’, 온라인 최저가를 보장하는 ‘슈퍼프라이스존’, AHC·센텔리안·가히 등 홈쇼핑 히트 브랜드와 실제 방송 영상을 함께 보여주는 ‘브랜드온에어존’, 다구성 세트를 실속형으로 소분해 파는 ‘아일랜드존’이다. 코스맥스와 손잡고 만든 맞춤형 샴푸 20종처럼 이곳에서만 판매하는 상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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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호 현대홈쇼핑 MD(상품기획자)는 “오픈 후 ‘어른의 뷰티 편집숍 같다’는 반응이 많다”며 “올리브영 입점 허들이 높아 오프라인 판로를 확보하지 못했던 중소 브랜드가 많은데, 코아시스가 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실제로 입점 브랜드의 90% 이상은 현대홈쇼핑 거래사다.
3060세대를 겨냥한 뷰티 편집숍은 국내에서 사실상 전례가 없다. 기존 시장이 1020 색조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장년층은 오프라인 뷰티 매장에서 소외돼 왔다. 코아시스는 이 틈을 파고들었다. 실제로 오픈 첫 주(10~18일) 3040 여성 고객 비중은 70%에 달했고, 매출은 목표 대비 30% 이상 초과 달성했다. 오픈 초기 작게 구성했던 맨즈케어 코너도 예상 외 반응에 확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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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넘어 오프라인으로…현대홈쇼핑의 승부수
코아시스는 TV홈쇼핑 업계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의 돌파구이기도 하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개 홈쇼핑사 방송 매출액은 2조 6424억원으로 201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TV 시청 인구 감소로 매출은 줄어드는데, 방송매출 대비 송출수수료 비중은 73.3%까지 치솟았다. 주 시청층이 6070세대로 고령화되면서 신규 고객 확보도 쉽지 않다. TV 채널 의존도를 낮추고 모바일·오프라인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현대홈쇼핑은 코아시스 론칭에 앞서 TV·모바일·오프라인 채널 간 연계를 전담하는 ‘옴니커머스팀’을 신설했다. TV를 보지 않는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고, 이들을 모바일 라이브커머스 시청자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홈쇼핑은 2016년 패션·명품 상설매장 ‘플러스샵’을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에 처음 선보인 뒤 현재 8개 전점으로 확대한 경험이 있다. 코아시스도 같은 방식으로 현대아울렛을 중심으로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현재 2호점 출점도 검토하고 있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홈쇼핑의 상품 신뢰도와 모바일의 편의성, 오프라인 체험을 연계하는 옴니채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기능성 중심 상품 구성에 대한 초기 반응을 바탕으로 내년 중 2호점 출점을 검토하고, 이후 확장은 1호점 성과를 보고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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