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KB,신한,우리,BNK금융지주
회장·행장 장기집권 이너서클 행태
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지주 회장은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원회(대추위)와 임원 후보 추천위원회(임추위)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를 통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요직에 배치한다. 이렇게 배치된 인물들은 훗날 회장의 연임을 지지하거나, 회장 퇴임 후 차기 회장 후보군에 포함되어 이너서클의 영속성을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10~20년씩 해 먹는 모양’이라는 발언은 이런 순환 보직과 연임이 반복되면서 형성된 장기 집권의 결과물이다.
| 국내 주요 5대 금융지주사 | 장기 집권 사례 | 지배구조적 특징 및 논란 |
| 하나금융지주 | 김정태 전 회장 (4연임, 10년 재임) |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의 형식화 및 장기 집권에 따른 내부 견제 기능 상실 논란 |
| KB금융지주 | 윤종규 전 회장 (3연임, 9년 재임) | 회장과 은행장 겸직을 통한 초기 권력 집중 및 승계 절차의 투명성 부족 지적 |
| 신한금융지주 | 조용병 전 회장 및 라응찬 전 회장 사례 | 과거 ‘신한 사태’ 이후 승계 시스템을 정비했으나, 내부 출신 중심의 폐쇄성 지속 |
| 우리금융지주 | 손태승 전 회장 | 라임 펀드 등 내부 통제 부실 이슈에도 불구하고 연임 시도와 관련한 관치 논란 및 사퇴 압박 |
| BNK금융지주 | 김지완 전 회장 | 외부 추천을 차단하는 정관 변경 및 아들 특혜 의혹 등 이너서클의 사익 편취 논란 |
지난 12월 19일정부서울청사의 오후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업무보고가 열린 이곳에서 이재명(62) 대통령은 한국 금융산업의 고질적인 병폐인 지배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조준했다.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표현은 그동안 금융권 내부에 견고하게 쌓아 올린 소수 경영진의 성벽을 무너뜨리겠다는 강력한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요새 저한테 투서가 엄청 들어온다면서 "무슨 은행에 행장을 뽑는데 누구는 나쁜 사람이다, 선발 절차에 문제 있다 등 엄청나게 쏟아진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는 단순히 인사권에 대한 불만을 넘어, 공정한 경쟁이 사라진 금융권 인선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했다. 곁에 있던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 역시 투서가 많이 오고 보통은 다 같이 보낸다며 현 상황의 심각성에 동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날카롭게 지적한 지점은 소수 엘리트 금융집단이 형성한 폐쇄적인 권력 구조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런 주장들이 음해만은 아니고 상당히 타당성 있는 측면이 있더라면서 똑같은 사람들이 집단으로 이너서클을 만들어 계속 해 먹더라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금융지주사 회장을 지내다 은행장을 맡고, 다시 회장으로 복귀하며 10년에서 20년씩 지배권을 행사하는 돌려막기식 행태를 보인다. 물론 그 집단이 도덕적이고 유능해서 금융그룹 자체를 잘 운영하면 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모양"이라며 꼬집었다.
이러한 금융권의 장기 집권의 배경에는 이사회의 독립성 결여라는 구조적 결함이 자리 잡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이사회의 독립성이 미흡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사회가 대체로 회장과 관계있는 사람들로 구성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개선돼야 한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임 과정을 살펴보면, 주주가 직접 추천한 인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사외이사들이 현직 회장의 거수기 역할을 하며 서로의 임기를 보장해 주는 공생 관계가 형성되면서, 이사회는 경영진을 감시하는 본연의 기능을 상실했다.
주인없는 회사로 불리는 금융지주사
회장·은행장 돌려 먹기 카르텔 깰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금융권의 참호 구축' 행위는 전형적인 대리인 비용의 극대화 사례다. 주인 없는 회사로 불리는 금융지주사에서 경영진은 주주의 이익보다 자신의 권력 유지를 우선시하며, 이는 기업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소위 관치금융의 문제 때문에 지금 정부에서는 개입이나 직접 관여를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데, 또 한편으로 가만 놔두니까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서 자기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지배권을 행사한다며 이것도 방치할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시장의 자율성이 독점적 권력의 부패로 이어질 때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는 강력한 명분을 제시한 것이다.
금융권 이너서클의 병폐는 비단 인사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내 금융사들의 영업 행태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국내 금융사 영업 행태를 보면 주로 땅 짚고 헤엄치기식으로 집 등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줘 이자를 챙기는 게 주축 아니냐며 금융기관은 국가 발권력을 이용해 특권적 지위에서 국가 사무를 대신하는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익을 보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는 공적 의식이 충분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은, 금융이 생산적인 실물 경제 지원보다는 손쉬운 이자 장사에 매몰되어 있음을 비판한 것이다.
이러한 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낙후된 영업 방식은 한국 자본시장의 만성적인 저평가,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원인이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기업의 실력은 나쁘지 않은데 주식시장에 상장만 되면 60% 정도밖에 가치를 평가받지 못한다며 이처럼 황당한 일의 가장 큰 원인은 시장 투명성에 대한 불신이라고 진단했다. 주가 조작이나 부정 거래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금융당국에 강력한 엄단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한국 금융권의 후진성은 더욱 도드라진다. 영국의 유비에스(UBS) 같은 글로벌 금융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차기 경영진 후보군을 확정하고 육성하는 승계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한다. 유비에스의 세르지오 에르모티 최고경영자는 2027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작년부터 후임자 명단을 확정해 승계 준비를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 회장 임기 만료 직전에야 급박하게 후보군을 추리는 깜깜이 인선을 반복하고 있다.
마침내 정부는 칼을 빼 들었다.
이찬진 원장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지배구조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켜서 내년 1월까지 입법 과제를 도출해서 법안을 제출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의 핵심은 최고경영자 선임 절차의 투명성 강화와 이사회의 실질적 독립성 확보에 맞춰질 전망이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대표이사의 참여를 금지하고, 사외이사 비중을 상향하며,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경로를 넓히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 전이라도 현재 보유한 감독 권한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방침이다. 이찬진 원장은 지금 거론되는 금융지주사들에 관해서는 개별 산하 금융기관들에 대해 검사 착수를 준비하는 상태라며 1월 중에 별도로 구체적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인사 절차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특정 금융사들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진행하여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다.
결국 이번 사태는 금융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리가 낮아지면 돈도 많고 담보력도 크고 신용도도 높은 사람이 금융을 활용해 돈을 더 벌고 자산 격차가 더 커진다며 이 같은 일종의 자연현상을 교정하는 힘은 결국 정책과 정부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불법 사금융으로부터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포용 금융의 확대는 금융권 이너서클이 독점해 온 사회적 자본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과정이다.
내년 1월에 제출될 지배구조 개선법안
부패한 금융 이너서클 해체할 수 있을까?
금융권은 관치금융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변화를 거부해 왔다. 하지만 투명한 지배구조 없이는 자본시장의 신뢰도, 산업의 혁신도 불가능하다. 부패한 이너서클의 해체는 한국 금융이 이자 장사꾼의 굴레를 벗고 진정한 경제의 혈맥으로 거듭나기 위한 피할 수 없는 통과의례다. 내년 1월에 제출될 지배구조 개선 법안이 단순한 선언을 넘어 금융 현장의 상식이 될 때, 비로소 한국 증시의 저평가도 끝이 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금융이 가장 자유주의적이고 피도 눈물도 없는 자본주의의 첨단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책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금융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가 만들어낼 결과물은 금융의 차가운 원리에 공공성과 투명성이라는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이 되어야 한다. 시장에서 주가 조작이나 부정 거래를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대통령의 경고가 금융지주의 회장실과 이사회실에도 동일하게 울려 퍼질지 두고봐야 한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긴급 소액 대출의 실질 금리를 연 6.3% 수준으로 낮추고, 성실 상환자에게는 추가적인 금리 인하 혜택을 주는 크레딧 빌드업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처럼 금융이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정점에 있는 지배구조부터 투명하게 바뀌어야 한다는 게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다. 소수가 권력을 돌려가며 행사하는 이너서클을 방치하는 것은 시장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2026년 1월, 우리 금융은 그동안의 폐쇄성을 걷어내고 글로벌 기준에 맞는 새로운 지배구조의 시대를 열 수 있을지 금융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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