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로 인해 전세 매물이 심각하게 줄어든 분위기 속,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수백만 원에 달하는 고액 월세 계약이 잇따라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하다고 여겨졌던 도봉·노원·강북 등 외곽 자치구에서까지 고액 월세 거래가 등장하면서 '전세의 월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지난달 노원·도봉·강북·금천·관악·구로구 등 서울 외곽 6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월세 계약은 도봉구 창동에서 체결됐다.
창동 ‘주공17단지’ 전용면적 49㎡는 보증금 5000만 원에 월세 750만 원으로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지역의 ‘창동주공3단지(해등마을)’ 전용 41㎡ 역시 보증금 1억6700만 원, 월세 500만 원에 세입자를 맞았다.
이러한 고액 월세 사례는 다른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이어졌다. 구로구 신도림동의 ‘디큐브시티’ 전용 105㎡는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410만 원으로 계약됐고, 전용 128㎡는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350만 원에 거래됐다.
현장에서는 이렇게 급격한 월세 상승의 배경으로 전세 물량 부족을 꼽았다. 도봉구 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셋집이 워낙 귀해지면서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라며 "기존 전세를 바로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 월세로 내놓는 집주인이 확실히 늘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택하는 움직임은 지표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서울에서 체결된 임대차 계약 가운데 전세는 28만5029건, 월세는 51만6359건으로 집계됐다.
전세의 월세화 내년에도 계속될 것
전체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4.43%에 달했으며 월별로 살펴봐도 매달 전체 거래의 60% 이상이 월세로 나타났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 IAU 교수)은 "전세의 월세 전환과 월세 상승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임대차 제도 변화로 시장 불안이 커진 데다,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를 기피하는 심리까지 겹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불과 2010년대만 해도 아파트 월세는 드문 선택지였지만, 현재는 대출 규제가 더해지면서 전세 진입 장벽은 한층 높아진 모양새다.
과거 집주인들은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했고, 세입자들 역시 낮은 금리의 전세대출을 활용해 월세 부담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포함한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이 급감했고, 전셋값 급등으로 월세 전환이 본격화됐다.
여기에 6·27 대책 이후 전세대출 여건이 악화되자,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전세 대신 월세를 선택하는 경우가 더욱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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