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실리콘밸리 취업의 '황금 티켓'으로 통했던 스탠퍼드대학교 컴퓨터공학 학위의 위상이 인공지능(AI)의 거센 물결 앞에 흔들리고 있다. 입학 당시만 해도 새로운 성공신화를 쓸 엘리트로 추앙받던 천재들이 졸업을 앞두고 취업 한파에 떨고 있다.
일부 졸업생들은 "일자리가 없어 대학원에 진학한다"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 보도에 따르면, 미국 최고 명문대로 꼽히는 스탠퍼드 컴퓨터공학과 졸업생들조차 IT 기업에서 신입 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취업 안 돼서 대학원 가요”…AI에 밀린 스탠퍼드 천재들의 ‘침울한 캠퍼스’
스탠퍼드 생명공학과 얀 리프하르트 부교수는 "졸업생들이 유명한 IT 기업에서 신입 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며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얀 리프하르트 부교수는 "3년 전만 해도 멘토링하던 학부생 모두가 좋은 직장을 찾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 졸업생은 "캠퍼스 분위기가 확실히 침울하다"라며 "구직자들은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실제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매우 어렵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졸업생은 "지난 2년간 5년제 석사 과정을 지원하는 학생들이 급증했다"라며 "제 친구들 중 절반은 경력을 보강하고 시간을 벌기 위해 5년제 석사 과정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라고 밝혔다.
“주니어 개발자 채용 줄인다”… 데이터가 증명한 ‘AI 쇼크’의 실체
이러한 현상은 단순한 심리적 위축이 아닌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AI에 노출된 직종의 신입 채용은 대조군보다 13%나 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2~25세 사이의 경력 초기 소프트웨어 개발자 고용은 2022년 말 최고치 대비 약 20%나 급감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변화 전망과 생성형 AI'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황기를 누리던 SW 개발자 채용시장이 최근 경기침체 및 투자위축 영향으로 경직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고급 개발자는 AI 활용, 복잡한 문제 해결, 시스템 설계 등의 역할로 인해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초급 개발자는 단순 코딩 업무가 AI로 대체되면서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줄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남캘리포니아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인 네나드 메드비도비치는 "채용 담당자들이 예전에는 엔지니어 10명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숙련된 엔지니어 2명과 LLM 기반 상담원 1명만 있으면 된다고 공통적으로 느낀다"라며 "이들이 기존만큼 생산적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AI 스타트업 벡타라(Vectara)의 CEO 암르 아와달라는 "AI는 이제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일반적인 주니어 개발자보다 코딩을 더 잘한다"라며 "이제 주니어 개발자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라고 단언했다. 과거 엔지니어 10명이 하던 일을 이제는 숙련된 시니어 2명과 AI 에이전트 1명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갈림길에 선 엔지니어들…"'감독관'으로 진화해야 생존"
인공지능이 엔지니어를 완전히 대체하지 않겠지만, 업계에서 인간의 역할은 '실행'에서 '감독'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앤트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자사 코드의 최대 90%가 AI에 의해 작성된다고 밝히며, 5년 안에 초급 사무직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미래의 엔지니어는 AI의 작동 방식을 관리하고 검증하는 'AI 지휘자'로서의 역량을 갖춰야 한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대학과 학생들은 AI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교육의 틀을 다시 짜야 할 시점에 직면했다"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AI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