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일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메디먼트뉴스 이혜원 인턴기자]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No Other Choice)'는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한다. 하지만, 그 결과물은 지극히 한국적이며 박찬욱 감독의 색채로 가득하다. 영화는 25년간 제지업계에서 성실히 일하다 하루아침에 해고된 가장 만수(이병헌)가 재취업을 위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만수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가장이다. 그러나 재취업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살인을 계획하는 순간, 영화는 스릴러로 돌변한다. 이병헌은 절망에 빠진 소시민의 얼굴과 광기에 어린 살인마의 얼굴을 오가며 관객을 설득한다. "어쩔 수가 없잖아"라는 대사는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에 기묘한 슬픔을 덧입힌다.
박찬욱 감독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특유의 블랙 코미디로 변주한다. 만수가 경쟁자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과 엇박자의 유머는 관객을 실소하게 만든다. 특히 아내 미리(손예진)와의 관계 설정은 극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개인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지를 날카롭게 파고든다.
영화는 관객에게 묻는다.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할 수 있는가? <어쩔 수가 없다> 는 단순히 한 남자의 범죄담을 넘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어야 생존할 수 있는 무한 경쟁 사회의 구조적 결함을 고발한다. 자극적인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끝난 뒤 밀려오는 것은 공포보다는 씁쓸한 공감이다. 박찬욱 감독은 다시 한번 인간 본성의 가장 밑바닥을 들춰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어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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