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시즌 역대 최다인 11승 달성…단식 최고 승률 94.8%
수비형에서 공수 겸장으로 진화…천적들도 차례대로 무릎
(항저우=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배드민턴 단식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우승, 최고 승률, 최고 상금까지.'
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삼성생명)이 21일 중국 항저우의 올림픽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투어 파이널스 2025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중국·세계랭킹 2위)를 2-1(21-13 18-21 21-10)로 물리치고 힘차게 포효했다.
우승으로 화려하게 피날레를 장식한 안세영은 올 시즌 '세계 최강자'의 입지를 굳히며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차례로 갈아치웠다.
시즌 11승을 거두며 남녀 통합 최다승 타이기록을 세웠고 72차례 국제대회 경기 중 단 4번의 패배만 허용하는 압도적인 기량으로 세계 무대를 휩쓸었다.
안세영의 올 시즌 승률은 94.8%로, 역대 남녀 단식 선수 중 최고 승률이다.
◇ 역대 한 시즌 최다승 달성…최초로 상금도 100만달러 돌파
안세영은 올 시즌 15개의 국제 대회에 출전하며 쉼 없이 달려왔고, 그중 11개 대회에서 정상을 밟았다.
시즌 초반인 1월부터 말레이시아오픈과 인도오픈 두 개 대회를 이틀 간격으로 출전해 모두 우승하며 강행군을 시작했고 지난 10월에도 약 2주간의 유럽 원정에서 덴마크오픈과 프랑스오픈을 연달아 제패했다.
그 결과 안세영은 종전 단일 시즌 역대 최다승 기록 보유자인 일본의 전설적인 남자 단식 선수 모모타 겐토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안세영이 우승한 대회로는 '왕중왕전' 격인 월드투어 파이널스, 3개의 슈퍼 1000 시리즈(말레이시아오픈·전영오픈·인도네시아오픈), 6개의 슈퍼 750 시리즈(인도오픈·일본오픈·중국오픈·덴마크오픈·프랑스오픈·호주오픈)와 슈퍼 300 대회 오를레앙 마스터스가 있다.
최다승 기록과 함께 두둑한 보너스를 챙겼다.
올 시즌 안세영은 누적 상금 무려 100만달러(약 14억8천100만원)를 돌파해 역대 배드민턴 선수 중 한 시즌 가장 많은 상금을 벌어들였다.
BWF가 집계한 안세영의 올 시즌 누적 상금은 100만3천175달러로 2023년 본인이 세운 종전 최고 기록 57만8천20달러의 배에 육박한다.
◇ 적수 없는 무패 행진…단식 역사상 최고 승률 기록
올 시즌 안세영은 94.8%의 경이로운 승률로 적수 없는 무패 행진을 펼쳤다.
단체전인 수디르만컵을 포함해 총 77차례의 경기에서 단 4경기만 내주고 모두 이겨 남녀 단식 선수 중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남자 단식의 절대강자였던 덴마크의 빅토르 악셀센이 2022년 세운 51승 3패(94.44%)를 넘어선 기록이다.
역대 최고 승률은 98%로, 1990년대 중후반 여자 복식을 지배한 중국 배드민턴의 전설적인 콤비 거페이-구준 조가 1997년 이 기록을 세웠다.
다만 이들은 49경기 중 48경기를 이겨, 한 시즌 승리한 경기 수로는 안세영이 25경기나 많다.
안세영이 패배한 네 경기 중 부상 염려로 기권했던 중국오픈 4강전을 제외하면 상대 선수와 실제로 경기를 치러 진 건 단 세 경기뿐이다.
◇ 수비형에서 공수 겸장으로 진화…천적들도 차례로 제압
최근 안세영은 보다 공격적인 플레이를 추구하기 시작하면서 오랜 '천적' 관계에도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철벽 수비'로 상대의 진을 빼놓던 스타일이었다면, 요즘 안세영은 상대의 빈틈이 보이면 바로 꽂아버리는 날카로운 스매싱으로 점수를 쌓는 공수 겸장으로 진화했다.
특히 상대 전적에서 열세였던 라이벌들을 기어이 무너뜨렸다.
중국의 천위페이와는 올해 일곱 차례 맞대결 중 다섯 번을 이겨 상대 전적을 15승 15패로 맞췄고,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를 상대로는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치른 두 경기를 모두 이겨 상대 전적 17승 15패로 앞섰다.
야마구치는 준결승에서 패한 뒤 국내 언론과 만나 "예전엔 수비가 더 강해 보였는데, 최근 안세영 선수는 수비와 공격 둘 다 강하다"며 "완성형이 된 그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꽤 골치가 아프다"고 혀를 내둘렀다.
co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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