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의 미국 현지 제련소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지분 인수 권리가 포함된 워런트 구조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과거 자국 핵심광물 기업들에 대한 투자 사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단순 재무 투자를 넘어,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공급망 통제력을 확보하려는 미국 정부의 일관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과정에서 직접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옵션을 투자 조건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장기적인 전략적 제휴를 넘어, 정책 지원의 반대급부로 실질적인 주주 권리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실제 사례로는 지난 10월 리튬 아메리카스(Lithium Americas)에 대한 미국 에너지부(DOE)의 투자가 꼽힌다.
당시 DOE는 1차 대출과 함께 리튬 아메리카스 및 리튬 아메리카스–GM 합작법인(JV) 지분 각각 5%를 주당 1센트에 인수할 수 있는 워런트를 설정했다.
여기에 1억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 준비금 적립과 GM과의 오프테이크(장기구매) 계약 조정 권한도 포함됐다.
미국 국방부(DOD)와 트릴로지 메탈스 간 계약 역시 유사하다.
미 연방정부는 트릴로지 메탈스 주식 약 820만 주를 단위당 2.17달러에 매입했으며, 각 단위는 보통주 1주와 10년 만기 워런트 4분의 3로 구성됐다.
알래스카 엠블러 접근 프로젝트(엠블러 도로) 완공 시, 미국 정부는 주당 1센트에 추가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
이 같은 구조가 고려아연에도 적용됐다.
미국 정부는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운영법인 지분을 주당 1센트에 최대 14.5%까지 인수할 수 있는 워런트를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다른 핵심광물 기업들과 체결한 조건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워런트 가격을 상징적 수준의 진입 장치로 해석한다.
미국 정부는 초기 단계에서 자금 지원과 저리 대출,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사업이 성공 궤도에 오르면 워런트를 행사해 투자에 대한 보상을 회수하는 구조다.
일종의 ‘성공 베팅’을 제도화한 방식이라는 평가다.
특히 이 구조는 미국 정부가 투자 기업과 프로젝트 종료 시점까지 지속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워런트를 조기 행사할 경우 사업 리스크를 함께 부담해야 하는 만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질 때까지 정책적 지원과 소통을 이어가는 유인이 작동한다.
고려아연 계약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추가 20% 지분에 대한 조건부 워런트다.
제련소 운영법인의 기업가치가 23조 원을 넘을 경우, 해당 가치에 상응하는 금액을 지급하고 지분을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약 11조 원 규모로 발표된 투자 계획을 감안하면, 미국 정부가 2배 이상의 기업가치 상승을 전제로 한 구조를 설계한 셈이다.
이번 투자는 미국이 추진 중인 전략 광물 공급망 구상인 ‘팍스 실리카(Pax Silica)’의 일환으로도 해석된다.
이는 한국·일본·호주·영국 등 동맹국과 협력해 반도체와 핵심 광물 공급망을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안정화하려는 다자 협력 구상이다.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경제담당 차관은 최근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산업화를 추진해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며 "이 과정에서 고려아연과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팍스 실리카를 통해 우리(동맹국)는 경제안보 분야에서 협력하는 동시에 반도체 공장, 데이터센터, 그리고 클락스빌에 있는 고려아연 정련 시설과 같은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뉴스락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