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당내에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저와 싸우려는 사람이 있다”며 장동혁 대표를 우회적으로 저격했다.
한 전 대표는 21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자신의 첫 토크 콘서트에서 지지자 1천500여명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토크 콘서트에는 배현진·감예지·박정훈·정성국·안상훈·진종오 의원도 자리를 함께해 한 전 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한 전 대표는 마이크를 잡고 “당내에 더불어민주당이 아니라 민주당과 싸우는 저와 싸워 정치적 탈출구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같은 진영과 당내 공격은 늘 있고 허용할 수 있지만, 당의 권한을 이용해 이렇게 당내 인사를 노골적으로 공격하는 건 처음 보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친한(친 한동훈)계 인사에 대해 중징계를 권고하는 등 당내 갈등이 커지는 상황에서, 장 대표를 간접적으로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한 전 대표는 이어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잘못을 바로잡을 줄 아는 것도 용기"라며 "저는 모든 용기 있는 사람과 함께 가겠다"고 말했다.
이 또한 장 대표가 지난 19일 "이제 변화를 시작하려 한다"며 당내 쇄신 요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한 전 대표의 발언을 두고 장 대표의 말에 화답함과 동시에 자신에 대한 당무위 감사에서도 전향적 결과를 기다린다는 뜻을 남긴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문재인 정부 때 검사로서 좌천당한 일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저는 권력에 찍힌, 누구 말처럼 '들이받는 소' 같은 공직자였을 뿐"이라며 "그때 의식적으로 일상을 지키려고 한 노력이 (탄압을) 이겨내는 힘이 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산다는 건 제 오래되고 단단한 생각"이라며 "그런 단단함 때문에 계엄 저지, 영부인 문자 '읽씹'(읽고 답장하지 않는다는 뜻의 비속어), 통일교 만남 거절 등으로 빌미가 될 수 있는 유혹적 상황에서 길을 잃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게 사태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실상 연루된 인물을 특정하는 듯한 내용을 공개해 친한계의 반발을 샀다. 한 전 대표가 말한 ‘들이받는 소’는 이 위원장이 발표 이후 자신의 블로그에 쓴 "사람을 들이받는 소는 돌로 쳐 죽일 것"이라는 글을 받아친 것이다.
아울러 한 전 대표는 "아스팔트에 태극기 들고 나가 부정선거 음모론을 추종하는 건 보수가 아니다"라며 "자유로운 시민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그 과정에서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는 게 진짜 보수다. 그런 점에서 저는 저보다 더 보수적 정치인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토크 콘서트를 관람하는 지지자들은 한 전 대표의 말이 끝날 때마다 "도토리"를 외쳤다. 도토리는 한 전 대표 지지자들 사이에서 초성이 같은 '대통령'을 의미하는 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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