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한때 공공 공간에서 ‘퇴출 대상’으로 규정됐던 성형 광고가 다시 제도권으로 돌아온다. 외모지상주의와 의료 상업화 논란 속에 전면 금지됐던 성형 광고가, 재정 압박과 규제 완화 흐름 속에서 조건부 허용으로 방향을 틀면서 의료 윤리와 공공성에 대한 논쟁도 재점화되고 있다.
21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광고관리규정을 개정해 성형 광고를 ‘의료협회 심의필’을 조건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일반인 모델 활용과 진료 내용 설명 문구도 가능해진다. 그간 명함식 광고만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기존 기준에서 한발 물러선 조치다.
이번 변화는 2017년의 정책 기조와는 정반대 방향이다. 당시 서울교통공사는 성형 광고가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고 여성의 신체를 대상화한다는 사회적 비판이 커지자, 성형 광고 전면 금지를 포함한 강도 높은 규제에 나섰다. 지하철 광고를 둘러싼 민원의 대부분이 성형·여성 관련 광고에 집중, 공공 교통 공간에서 의료 상업성을 차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정책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2016년 기준 서울 지하철 1∼4호선에서 접수된 광고 민원 1182건 가운데 91% 이상이 성형 또는 여성 관련 광고로 조사됐다. 이에 공사는 2022년까지 성형 광고를 완전히 퇴출하고, 광고 없는 역을 확대하며 상업 광고 중심 구조를 문화·예술·공익 광고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성형 광고는 단순 업종 규제가 아닌, 의료 행위의 윤리성과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상징적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8년이 지난 현재, 성형 광고를 바라보는 정책 환경은 달라졌다. 서울교통공사는 누적 적자 확대와 광고 수익 감소를 이유로 규제 완화를 선택했다. 의료 광고에 대한 일률적 금지보다, 심의 기준을 통해 관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 시민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성형 광고는 의료 정보 제공을 넘어 소비를 자극하는 마케팅 성격이 강해, 공공 공간에서의 노출 자체가 의료의 상업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성형 전·후 효과를 암시하거나 외모 기준을 강화하는 표현이 다시 확산될 경우 과거와 같은 사회적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의료 광고를 무조건 배제하기보다 허위·과장 표현을 엄격히 걸러내는 방식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현실론도 나온다. 실제로 성형 광고는 이미 온라인과 SNS를 통해 무제한적으로 노출되고 있는 만큼, 공공 공간만을 규제하는 방식이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이다.
성형 광고를 둘러싼 이번 정책 변화는 단순한 광고 규제 완화를 넘어, 의료의 공공성·윤리성·시장 논리가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면 금지에서 조건부 허용으로의 선회가 ‘현실적 조정’인지, ‘원칙의 후퇴’인지를 두고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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