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색을 덜어냈을 뿐인데, 사람은 더 또렷해졌다.
흑백 사진은 늘 잔인하다. 색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진 화면 안에서 남는 것은 얼굴과 표정, 그리고 분위기다. 그래서 흑백은 누구에게나 유리하지 않다. 방탄소년단(BTS) 뷔는 이 조건에서 오히려 강해진다. 컬러가 빠진 자리에서 그는 흐려지지 않고, 더 분명해졌다.
최근 공개된 셀린느 연말 행사 흑백 사진은 그 이유를 단번에 설명해준다. 수지와 나란히 서 있거나 마주 보는 장면은 별다른 연출 없이도 한 컷의 이야기가 된다. 웃음이 번지는 순간과 시선이 머무는 시간, 두 사람 사이의 미묘한 거리감이 화면을 채운다. 색이 사라지자 감정의 농도는 오히려 짙어졌다.
컬러 속 뷔는 화려하다. 무대 위에서는 조명을 받고, 패션 화보에서는 색과 소재를 능숙하게 소화한다. 하지만 흑백으로 들어오는 순간, 그의 얼굴은 장식보다 구조로 읽힌다. 이목구비의 대비, 표정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웃음의 각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색이 줄어들수록 인물 자체는 더 분명해진다.
특히 흑백에서 살아나는 것은 분위기다. 힘을 주지 않은 표정과 자연스럽게 흐르는 시선, 그리고 흑백 특유의 거친 입자감이 화면을 지배한다. 그래서 사진 한 장이 멜로드라마의 한 컷처럼 느껴진다. 연출이 없어 보이는데도 장면이 되는 이유다. 방탄소년단 뷔가 흑백과 잘 어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꾸미지 않아도 장면이 완성된다.
패션 역시 같은 흐름이다. 컬러에서는 조합이 보이지만, 흑백에서는 균형이 먼저 읽힌다. 블랙 카디건과 브라운 팬츠, 셔츠와 타이의 겹침은 색을 잃고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액세서리를 최소화한 스타일은 시선을 옷이 아닌 사람에게 모은다. 그래서 결과는 명확하다. 옷보다 사람이 먼저 보이는 것이다.
흑백은 불필요한 정보를 덜어내 감정의 속살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방탄소년단 뷔는 이 방식에 잘 맞는 얼굴이다. 여백을 남기는 표정, 과한 제스처 대신 말을 하고 있는 시선. 그 차분함이 흑백 화면에서 깊이를 만든다.
그래서 그의 흑백 사진은 쉽게 소비되지 않는다. 특정 시즌의 기록이 아니라, 인물의 인상을 남긴다. 색이 사라져도 기억은 남는다. 흑백 필터 하나로 공기가 달라진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방탄소년단 뷔는 색이 없을 때 더 많이 보이는 사람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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