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수수 의혹' 2차 조사…"현직 지사 겨냥한 먼지털이식 수사" 주장
(청주=연합뉴스) 박건영 이성민 기자 = 지역 체육계 인사들로부터 돈봉투를 수수한 혐의로 21일 경찰에 재소환된 김영환 충북지사가 수사 마무리를 앞두고 경찰과 장외 신경전을 벌였다.
김 지사는 이날 오전 9시 13분께 충북경찰청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서 열람을 포함해 약 5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았다.
오후 2시 10분께 조사를 마치고 조사실을 나온 김 지사는 "도민들께 걱정을 끼쳐드리거나 부끄러운 어떠한 일도 하지 않았다"며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경찰은 5개월 동안 저에 대한 수사를 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도) 단 하나의 직접 증거 또는 증언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또 관련자들에 대한 6차례의 압수수색과 11차례의 소환 조사에도 제가 돈을 받았다고 하는 음성파일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괴산 산막 인테리어 비용 2천만원을 윤두영 배구협회장으로부터 대납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제 아내가 각각 500만원과 300만원을 인테리어 수리업자에게 송금한 내역이 있다"며 "이 내역을 경찰에 제공했고, 취재진에게도 공개할 수 있다"고 재차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번 수사에서는 불법 증거, 강압 수사·별건 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등 우리가 생각해야 될 너무나 많은 문제점들이 함축돼 있다"며 "이런 것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고 목숨을 잃게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또 경찰이 특정 언론·정당과 힘을 합쳐서 현역 도지사를 잡는 공작 수사의 성격도 명백하게 띄고 있다"며 "이런 관행을 극복하고 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조만간 언론부터 책임을 묻는 일을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이밖에도 경찰 수사에 관한 입장을 취재진에게 약 20분 동안 밝힌 뒤에야 승용차에 올라타 귀가했다.
김 지사의 주장에 그간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경찰도 기자들을 만나 반박에 나섰다.
수사팀 관계자는 김 지사 귀가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수사 대상자의 지위나 소속 관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잉·위법 수사라는 김 지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관련자 소환은 절차대로 진행했으며, 10번 이상 소환했다는 내용도 사실과 다르다"며 "압수수색이 위법하다는 주장 역시 법원에서 준항고를 기각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확보된 진술과 증거를 토대로 최대한 빨리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며 "구속영장 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중이며, 종합적으로 결정해서 추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지사는 지난 4월과 6월 국외 출장을 앞두고 윤현우 충북체육회장과 윤두영 충북배구협회장 등 체육계 인사 3명으로부터 2차례에 걸쳐 총 1천100만원의 현금을 출장 여비 명목으로 건네받은 혐의를 받는다.
김 지사는 또 괴산에 있는 자신의 산막 인테리어비용 2천만원을 윤 협회장으로부터 대납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지사가 금전을 대가로 윤 협회장의 식품업체가 충북도의 스마트팜 사업에 참가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관련 편의를 제공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 지사는 수사 초기부터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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